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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우리 문화재 상당수… 주체성 회복 위해 꼭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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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우리 문화재 상당수… 주체성 회복 위해 꼭 찾아야”

입력
2017.09.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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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문화재재단 지건길 이사장

이선제 묘지 환수 위해 3년 총력

“재단 설립 후 가장 값진 환수”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재단 이사장실에서 최근 일본에서 환수한 필문 이선제 선생 묘지 환수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재단 이사장실에서 최근 일본에서 환수한 필문 이선제 선생 묘지 환수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광주광역시는 2009년 서방4거리~산수5거리~남광주5거리 구간을 ‘필문(蓽門)대로’라 명명했다. 광주교대와 조선대 등 지역 주요 대학이 자리한 시내 도로 이름을 이 고장 출신의 조선 전기 호남 대표 문신인 이선제 선생 호에서 딴 것이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국외재단)이 12일 일본 소장자로부터 기증받아 국립중앙박물관에 넘긴 보물급 유물인 묘지(죽은 이의 행적이나 무덤이 있는 장소와 방향을 새긴 글)의 주인공이 바로 이 선생이다.

15일 서울 중구 국외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지건길 이사장은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국외소재문화재 가운데 발견 자체도 어려운 개인 소장품을 매입 등이 아닌 순수 기증을 통해 환수해서다. 이번 환수는 정말 운이 좋았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게 재단측 설명이다. 지 이사장은 “이 선생 묘지는 발견부터 환수까지 3년이 걸렸다”며 “2012년 7월 재단설립 후 환수한 총 8점의 유물 중 가장 값진 것 중 하나”라고 했다.

국외재단은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조사ㆍ연구하고 활용ㆍ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16명의 담당자들이 해외 유수 박물관과 미술관, 민간에 흩어진 한국문화재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국외로 합법 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현지에서 최대한 활용되도록 돕는다. 불법 유출된 문화재 환수를 위한 노력 역시 이들의 임무다.

국외재단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전 세계 20개국에 흩어져 있는 국외소재 한국문화재는 16만8,330점에 이른다. 이중 일본(7만 1,422점)과 미국(4만 6,404점)에 있는 문화재가 70%를 차지한다. 이는 파악 가능한 세계 주요 박물관 및 미술관 등의 통계자료로만 작성한 것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개인 소장 문화재는 상당수 존재할 걸로 추정된다. 박물관 종사자 등 국내외 전문가의 인적 네트워킹을 통한 정보를 토대로 대부분 진행하는 조사 특성상 개인 소장 국외문화재는 정확한 조사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되찾고 싶은 유물로

日 ‘오구라 컬렉션’ 꼽아

2000년대 초반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지 이사장은 “많은 불법 유출 문화재 가운데 현재 일본에 있는 오쿠라 콜렉션을 가장 환수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1965년 한일협정 당시 4,000여 점의 우리 문화재를 일본측으로부터 돌려 받기로 했지만, 실제 받은 건 1,000여 점에 불과하다”며 “이중에도 귀중한 문화재는 상당수 빠졌다”며 이 같이 밝혔다.

‘오쿠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전기회사를 운영해 부를 쌓은 오쿠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도굴ㆍ수집해 일본으로 훔쳐간 우리 국보급 유물로 약 1,200점에 이른다.

이중 ‘신라금동관모’ 등 39점은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높지만, 일본 정부는 민간소장품이라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환수 희망 문화재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건 향후 환수협상과 조사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떤 것을 콕 집어 말할 순 없다”면서도 “오쿠라 컬렉션 문화재들과 같이 우리 주체성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문화재는 반드시 환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옛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 리모델링 역시 이 같은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1889~1905년 16년간 대한제국 자주 외교의 장이던 이 건물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으로 일본이 빼앗은 후 팔아버렸으나, 우리 정부가 2012년 10월 다시 사들였다.

건물의 관리와 운영을 맡은 국외재단은 내년 상반기부터 1~2층은 당시 공사관 내부 모습을 고증에 따라 재현하고, 3층은 한미외교사, 공사관 건물의 변천사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 이사장은 그러나 문화재 환수에 대한 열망이 지나친 애국주의로 발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절도범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온 불상의 처리에 대한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불상이 일본으로 나간 경로가 불법인지 여부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국내로 들어올 때는 절도범에 의한 장물인 게 확실한 만큼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 의견이 지금도 대립하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우리 사법부 판결을 앞두고 서산 부석사 불상의 거취를 논하는 것은 부적절한 만큼 판결 때까지 일단 정부가 보관하는 정도가 맞다”며 “서산 부석사 불상 문제가 향후 일본과의 문화재 반환협상 등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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