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이번주 극장가는 '감초 배우 대전'?

알림

이번주 극장가는 '감초 배우 대전'?

입력
2017.02.21 18:36
0 0
배우 박인환은 영화 ‘루시드 드림’에서 만능해결사로 활약하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NEW 제공
배우 박인환은 영화 ‘루시드 드림’에서 만능해결사로 활약하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NEW 제공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 영화들이 있다. 장르가 낯설어서, 내용이 유치해서 등 이유도 다양하다. 만약 그런 영화가 앞에 있다면 그 속을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뭐든지 나한테 맡겨! 우리 애들하고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얼핏 들으면 몸집 꽤나 나가는 조직폭력배의 말 같다. 영화 ‘루시드 드림’(22일 개봉) 속 한 70대 노인이 아이를 납치당해 망연자실한 아빠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 말이다. ‘루시드 드림’은 꿈을 소재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아빠 대호(고수)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낯선 주제와 설정에 마음 갈 곳 없는 관객이라면 원로배우 박인환(72)을 주시하면 된다.

박인환은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기자 대호의 도움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면한 은퇴 ‘조폭’ 성필로 나온다. 실버심부름센터 대표인 성필은 아들을 찾아달라고 온 대호에게 “사람 찾는 건 우리가 선수여”라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날리며 범상치 않은 첫 인상을 준다. 그는 ‘자각몽’ ‘공유몽’으로 꿈 속을 헤매듯 영화가 혼란에 빠질 때쯤이면 등장해 ‘핵폭탄’급 웃음을 선사하며 스크린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막바지엔 눈물샘까지 자극한다. 영국신사 저리 가라 할 말끔한 수트 차림이나 바이크족에게나 어울리는 가죽 패션은 또 다른 볼거리다.

박인환은 70대 나이에도 영화 ‘루시드 드림’에서 격투 장면을 촬영하는 등 열연을 펼친다. NEW 제공
박인환은 70대 나이에도 영화 ‘루시드 드림’에서 격투 장면을 촬영하는 등 열연을 펼친다. NEW 제공

감출 수 없는 ‘형님’ 근성으로 중고차대리점에 가서 범인 차량을 수소문하고, 위험에 빠진 대호를 구출하기 위해 맨몸 격투도 벌인다. 대호의 수호천사가 따로 없다. 이 영화에서 박인환이 없었다면 어찌됐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루시드 드림’의 김준성 감독과 단편영화 ‘삶의 향기’로 인연을 맺었다. 김 감독은 “입봉 하면 꼭 나를 써야 한다”는 대선배와의 약속을 지켰다.

듣기에도 섬뜩한 23개의 인격을 가진 사람(‘23아이덴티티’)이 나오거나, 생각이나 행동이 인간보다 나은 인어(‘미인어’)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도 마뜩잖다. 하지만 반가운 이들이 카메오로 등장한다면 두 영화를 향한 시선이 달라진다.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즐긴다. ‘식스센스’(1999)에서는 꼬마주인공 콜(할리조엘 오스먼트)의 주치의로, ‘싸인’(2002)에선 동네 주민, ‘빌리지’(2004)에선 유리창에 비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23아이덴티티’(22일 개봉)에도 3분여 간 얼굴을 비친다. 정신과의사인 플레처(베티 버클리) 박사의 제자로 나와 23개 인격을 가진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의 행동을 폐쇄회로(CC)TV로 엿보는 연기를 했다. 장발에 모자를 눌러 쓴 낯선 모습에 샤말란 감독을 알아보지 못하는 관객도 있을 만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니 아쉬워하지 말길.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와 ‘식스센스’의 브루스 윌리스가 엔딩을 담당했다.

영화 ‘황비홍’으로 유명한 쉬커(서극) 감독은 저우싱츠(주성치) 감독의 영화 ‘미인어’에서 카메오로 출연했다. 컴퍼니엘 제공
영화 ‘황비홍’으로 유명한 쉬커(서극) 감독은 저우싱츠(주성치) 감독의 영화 ‘미인어’에서 카메오로 출연했다. 컴퍼니엘 제공

저우싱츠(주성치) 감독의 영화 ‘미인어’(22일 개봉)에도 반가운 얼굴이 나온다. 영화 ‘촉산’과 ‘황비홍’으로 유명한 쉬커(서극) 감독이 깜짝 출연해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부동산 재벌 류헌(덩차오)에게 딸을 시집 보내려는 속물근성의 부호를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그는 저우싱츠 감독과 함께 ‘서유기’의 속편인 ‘서유복요편’을 함께 제작한 인연으로 ‘미인어’에 출연했다. ‘서유복요편’을 준비하던 두 감독이 ‘미인어’로 의리를 다진 셈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