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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단상] - 한분순 ‘그렇게 청춘’ -

입력
2015.05.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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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풀 돋는데 흙 한 줌 눌 데 없다

공연히 서성대며

종일

객혈을 참다

정한 빛 그 광망을 떨며

부서지는

종이꽃.

- 한분순 ‘그렇게 청춘’

미지근한 봄볕 아래 공연히 서성이다가, 기껏 뿜어낸 피가 분수처럼 터져 봄날을 화창하게 물들이면 좋았으련만. 입가에 흐르는 건 검붉은 피 한줄기. 아, 어째 이 모양일까. 손으로 얼른 훔쳐내고 다시 서성서성, 덜렁덜렁, 피를 모은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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