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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영국 잉글랜드 지방선거의 교훈

입력
2018.05.21 19: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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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은 영국의 지방의회 선거일이었다. 영국 잉글랜드 지방 내 총 150개 지방의회의 의원 4,404명을 뽑는 선거였다. 영국의 지방의회 선거는 제도적으로 한국과 차이가 크다. 우선 의원내각제적 특징 때문에 대부분의 지방에서 단체장을 따로 뽑지 않는다. 지방의회가 행정 서비스에 관한 결정권을 지니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 때마다 의원 정수의 이 분의 일 또는 삼 분의 일을 돌아가며 선출하는 의회도 다수다. 선거구 역시 한국과 같이 하나의 선거구에서 2인, 3인 또는 4인을 뽑는 ‘다인 선거구’가 없이 ‘일인 선거구’로만 이루어진 전형적인 다수결제 선거다.

이러한 제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잉글랜드 선거결과는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첫째, 유권자와의 친밀도를 높이는 선거캠페인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노동당은 2017년 6월 총선 이후 이번 선거까지 연달아 두 번의 선거에서 승리했다. 물론 두 번 모두 큰 승리는 아니었지만 이와 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모멘텀(Momentum)이라는 정치운동단체가 존재한다. 2015년 노동당 제레미 코빈 당수를 지지하는 좌파 대중운동단체로 출발한 모멘텀은 풀뿌리 조직화를 통해 단기간 내 세력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각자의 형편에 맞는 거주 공간을 누가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지역 현안을 제기하면서 세력을 조직화하고, 이 과정에서 지역 토론회, 간담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자를 모집한다. 호별 방문 및 거리 토론 등 캠페인 방법 역시 매우 공개적이고 적극적이다. 특히 이와 같은 혁신적인 캠페인 방식은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와 같은 성공적인 신생 정당들의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둘째, 군소정당이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때 얻게 되는 선거결과는 상대적으로 더욱 혹독하다는 점이다. 이번 잉글랜드 지방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결과는 영국을 브렉시트의 길로 이끈 영국독립당(UKIP)의 몰락이다. 영국독립당의 주요 정치의제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년 넘게 활동하면서 몇 개의 상징적인 의석을 얻는 데 그친 군소정당이었던 영국독립당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지방의회 선거에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17년 초 브렉시트 결정은 영국독립당의 존립 근거를 흔들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도 이슬람 문제와 같이 기존 의제에만 집착한 채 새로운 의제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누린 짧은 대중적 인기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126석의 기존 의석 가운데 결국 단 3석만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퇴보했다. 주요 정당들이 한두 가지 의제에 실패했을 경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참혹한 결과다.

한국의 지방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번 달 25일까지 각 정당 후보자가 공식적인 등록을 마치게 된다.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후보자가 조만간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유권자의 손을 잡고 한 표를 호소할 예정이다. 잉글랜드 지방선거 결과가 이들에게 주는 조언은 간단하다. 영국 노동당의 모멘텀이 취한 캠페인 방식에서 알 수 있듯이 정확한 방향성을 지닌 구체적인 정책을 가지고 유권자에게 적극적으로 호소하라는 것이다. 남북문제, 드루킹 사건과 같은 거시적 사안을 두고 상대 정당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데 열중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지역적인 사안, 유권자가 직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유권자와의 대면접촉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양자대립의 정치적 환경에서 유권자의 관심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제3의 의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주요 정당들보다는 군소정당의 후보들에게 더욱 절실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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