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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된 개… 이유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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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된 개… 이유 알고 보니

입력
2017.08.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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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행크는 사건이 알려진 뒤, 퍼지와 함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폭스 밸리 휴메인 어소시에이션 페이스북
그림 4행크는 사건이 알려진 뒤, 퍼지와 함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폭스 밸리 휴메인 어소시에이션 페이스북

네 살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행크’의 주인은 알레르기가 있다며 행크를 버렸습니다. 행크는 오랜 친구였던 보라색 하마 인형 퍼지와 함께 미국 위스콘신 주에 있는 동물보호시설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의지할 곳이 퍼지밖에 없었던 걸까요. 행크는 퍼지를 매우 사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 중 누구도 둘의 우정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동물전문매체 도도에 따르면 어느 날 아침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퍼지가 행크의 방에서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발견된 것입니다. 직원이 현장을 발견했을 때 행크 곁에는 무참한 모습의 피해자 퍼지가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퍼지와 행크만 있는 케이지 안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므로 행크가 범인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행크는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림 2중상을 입은 채 발견된 퍼지는 긴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폭스 밸리 휴메인 어소시에이션 페이스북 영상 캡처
그림 2중상을 입은 채 발견된 퍼지는 긴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폭스 밸리 휴메인 어소시에이션 페이스북 영상 캡처

중상을 입은 퍼지는 로라 박사의 집도로 긴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겨우 붙어 있는 퍼지의 머리를 복구하기 위한 대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퍼지의 머리를 채우고 있던 솜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목이 거의 잘려있고 솜이 빠져 나온 퍼지의 처참한 모습에 직원들은 경악했습니다.

로라 박사의 훌륭한 의술로 퍼지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불행히도 안에 들어 있던 솜 대부분을 잃고 납작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칼라를 착용했습니다. 로라 박사는 "퍼지는 진정제로 의식이 몽롱한 상태이지만, 곧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피의자 행크는 본격적인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직원들이 엄중히 심문했지만 행크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침묵했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표정에는 명확히 죄책감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날 밤 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누구보다 퍼지를 사랑했던 행크가 정말 범인이긴 할까요?

늘 함께 지내던 다정한 행크로부터 머리 속 솜이 모두 빠지는 끔찍한 상해를 입은 채 겨우 목숨을 구한 퍼지는 심리 치료사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면담을 받았습니다.

치료사는 퍼지에게 평소 행크와의 관계에서 안전함을 느꼈는지 물었습니다. 서로가 사랑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이번 사건으로 그녀가 마음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것은 아닌지도 확인했습니다. 가정 폭력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심각한 문제니까요.

한편 행크는 보호소 임원이 지명한 변호사와 면회하고, 재판에 관해 논의했습니다. 정식으로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행크 이외에는 유력한 용의자도 없는 상태이므로 변호사는 행크에게 묵비권 행사를 권했습니다. 행크는 엄중한 심문에도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고, 행크를 지지하는 이들은 그의 결백을 믿었습니다. 그러자 보호시설의 개들도 행크를 석방하라는 ‘프리 행크(FREE HANK)’라는 구호를 써 붙이고 옹호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애플턴 경찰서 토마스 서장과 심리치료사는 행크의 결백을 선언했다. 폭스 밸리 휴메인 어소시에이션 페이스북 영상 캡처
애플턴 경찰서 토마스 서장과 심리치료사는 행크의 결백을 선언했다. 폭스 밸리 휴메인 어소시에이션 페이스북 영상 캡처

용의자가 자백을 하지 않으면 의지할 것은 현장의 증거뿐. 결국 애플턴 경찰서 토마스 서장이 훈련 중인 K9 경찰견 블루와 함께 현장검증에 나섰습니다. 그러던 중 철망으로 된 문 위에서 퍼지의 것으로 보이는 솜뭉치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토마스 서장은 퍼지가 공격당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건이 아니라 사고였습니다. 퍼지가 치료사에게 말한 진술 역시 일치했습니다. 

사건 전날 밤. 좁은 보호시설에서 입양될 날 만을 기다리고 있던 행크는 시설 문이 닫힌 시간 이후에 퍼지를 데리고 탈주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방문에는 자물쇠가 잠겨 있었습니다.

행크가 철망으로 된 문을 기어 올라갔을 때, 퍼지가 철망 높은 곳에 걸려버린 것이었습니다. 행크는 궁지에 몰린 그녀를 어떻게든 도우기 위해 자신의 침대를 문 앞으로 밀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담요를 높이 쌓아 놓고 위로 올라가서 필사적으로 끌어당겼습니다. 

그림 1래브라도 리트리버 행크와 그의 단짝이었던 하마 인형 퍼지. 폭스 밸리 휴메인 어소시에이션 페이스북
그림 1래브라도 리트리버 행크와 그의 단짝이었던 하마 인형 퍼지. 폭스 밸리 휴메인 어소시에이션 페이스북

그런데 행크의 의도와 달리 퍼지의 목이 찢어져 버린 것입니다. 퍼지를 도울 수 없었던 행크는 밤새 울부짖었고, 그 비통한 그 울음소리는 보호소 안에 울려 퍼졌다고 합니다. 행크는 아침이 되어 직원이 도착할 때까지 밤새 퍼지를 돌봤던 것이었습니다.

행크가 묵비권을 행사한 것은 탈주를 도운 퍼지가 공범으로 추궁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퍼지의 진술은 현장 증거와 일치했고 행크는 무사히 풀려났습니다. 애플턴 경찰서장과 치료사가 공동으로 행크의 결백을 발표했습니다.

행크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직원이 올 때까지 퍼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 행크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행크의 결백이 증명 되었고 퍼지도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행크와 퍼지 둘을 함께 입양해 줄 가족이 나타난 것입니다. 직원들은 모두 기뻐하며 행크의 새 출발을 축복했습니다.

행크와 퍼지를 떼어놓고 싶지 않았던 한 보호시설 직원이 지난 7월 8일 둘을 함께 입양해줄 가족 찾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퍼지 살해 미수 사건’이 발생하자 화제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행크와 퍼지를 응원하며 이들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 덕분에 행크와 퍼지에게 영원한 가족이 생긴 것입니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보호소 내 다른 개들도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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