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하 기자

등록 : 2017.07.17 04:40
수정 : 2017.07.17 04:40

[컬처피디아] 뮤지컬 굿즈 어디까지 아시나요?

등록 : 2017.07.17 04:40
수정 : 2017.07.17 04:40

뮤지컬 '시라노' 공연 기념상품 부스 판매원들이 공연 분위기를 나타낼 수 있는 옷과 모자를 착용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CJ E&M 제공

뮤지컬 팬 늘면서 기념상품 불티

USB부터 깃털펜, 맥주잔까지 다양

뜨거운 팬덤 김준수 ‘드라큘라’ 시초

한정판은 높은 가격에도 ‘완판’

팬들 “이런 제품 만들라” 요구도

뮤지컬 ‘시라노’ 공연이 한창인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로비 한쪽. 무대 위 분위기를 옮겨온 듯한 부스가 마련돼 있다.

공연 기념상품(MDㆍ일명 ‘굿즈’)을 판매하는 곳으로 판매원들은 주인공 시라노가 쓴 것과 같은 모자를 착용하고선 손님 맞이를 한다. ‘시라노’ 굿즈는 휴대폰케이스와 머그잔, 양말과 같은 실용적인 제품에다 작품 분위기를 살린 깃털펜 등 7가지. 깃털펜은 3만~4만원대라는 낮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틀 만에 준비 수량인 140개가 모두 팔렸다. ‘시라노’ 제작사인 CJ E&M은 편지지 등 5종류의 굿즈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뮤지컬 굿즈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공연관람 기념품을 넘어서 관객이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제품들이 잇달아 선보이며 관객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한정판 제품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모두 팔리는 경우가 많고, 팬들이 기획 단계부터 굿즈 개발에 참여하기도 한다.

초창기 뮤지컬 굿즈는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북과 OST 정도에 불과했다. 공연을 기억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제품들이었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2014년 ‘드라큘라’의 초연을 굿즈 시장 변화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당시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출시한 얼음컵은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갖고 싶을 정도로 예쁜 생활용품이었다. 작품 제목을 프린팅하는 수준에 그쳤던 머그컵, 열쇠고리, USB 등 기존 굿즈와 달리 미적으로 진화한 제품이었다.

무엇보다 유명 아이돌그룹 JYJ의 멤버인 배우 김준수의 역할이 컸다. 김준수 팬들의 뜨거운 구매 열풍이 이어졌고, ‘드라큘라’는 굿즈 판매로만 50일 동안 4억원을 벌었다. 재공연 때는 1인당 구매 제한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김준수의 ‘드라큘라’ 뿐 아니라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의 경우 이들의 사진이 들어간 포스터 등이 인기 굿즈로 자리잡고 있다.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케이스는 단골 판매 굿즈다. 뮤지컬 '아이다'의 휴대폰 케이스. 신시컴퍼니 제공

하지만 공연을 보는 관객이 모두 마니아는 아니다. 뮤지컬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가족, 연인 단위의 관객도 늘었다. 공연 제작사마다 보통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는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낸다. 제작사들이 각 공연마다 내놓는 굿즈는 적게는 4종류 많게는 15종류다. 예전과 달리 생활밀접형으로 진화한 굿즈는 손거울, 향초, 에코백, 부채, 배지, 맥주잔, 네일 제품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공연 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공연 장르의 특성, 규모, 관객 연령대, 공연기간 등 제품 선정과 제작 수령에 미치는 요소를 모두 고려해 굿즈를 제작한다”고 말했다. CJ E&M 관계자는 “작품을 재해석한 물품들로 가치를 부여하되 실용성과 기념성을 강조하는 제품을 나눠서 제작한다”며 “단순히 로고만 박혀있는 제품보다 작품 감성을 담아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서는 대사가 적힌 배지가 굿즈로 제작됐다. HJ 컬처 제공

작품과의 연계성도 굿즈 제작의 주요 고려 요소다. 제품 속에 등장했던 소품이 굿즈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제작사 HJ컬처 관계자는 “대사가 쓰인 배지나 작품에 등장하는 밴드의 앨범을 실제 구매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앨범을 굿즈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요즘 굿즈는 팬들과의 소통이라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서울예술단은 ‘윤동주, 달을 쏘다’ 굿즈로 제작한 엽서에 팬들이 직접 손글씨로 쓴 윤동주 시인의 시를 넣었다. 굿즈 제작 전 미리 팬들에게 응모를 받았다. 동명 웹툰을 밑그림으로 삼은 ‘신과 함께’의 경우 팬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캐릭터들의 그림을 넣은 타로카드를 만들어 판매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팬들이 손수건을 굿즈로 만들어 달라는 제안서를 보내기도 하고, 아예 팬들끼리 모여서 굿즈를 자체 제작해 (공연 관람을) 기념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굿즈인 엽서에는 팬들이 직접 손글씨로 쓴 윤동주 시인의 시가 담겼다. 서울예술단 제공

거대 팬덤을 거느린 배우가 출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굿즈로 큰 돈을 벌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굿즈는 공연 매출의 1% 내외를 차지하는 데 불과하다. 아직은 굿즈가 수익 창출보다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벤트인 경우가 많다. 수익은 많지 않고 신경은 많이 써야 하니 굿즈 제작을 최소화하는 공연도 있다.

그럼에도 굿즈 자체가 공연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굿즈의 진화 과정을 감안했을 때 시장 성장 가능성도 작지 않다.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 관계자는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등 해외 뮤지컬업계에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공연을 기념하는 취지에서 굿즈를 구입하는 시장이 활성화 돼 있다”며 “국내에서도 뮤지컬을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굿즈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해부터 예술 MD 개발 지원사업과 MD 기획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해민영 예술경영지원센터 팀장은 “예술단체들의 주수입원은 티켓인데 굿즈를 통해 수입원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아직 국내 시장이 성숙단계에 온 건 아니지만 이런 지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작품의 분위기를 살려 제작된 뮤지컬 '시라노'의 깃털펜은 3만~4만원 대의 가격에도 출시 이틀 만에 준비 수량이 모두 판매됐다.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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