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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사물 존대

입력
2017.10.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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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부터 서비스업계를 중심으로 우리말 경어법에 이른바 ‘사물 존대’를 비롯한 새로운 용법이 생겨나 지탄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표현이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여기 앉으실 게요”이다. 어떤 보도에 따르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경우 푸대접을 받는다고 느껴 항의하는 손님도 간혹 있어서 직원에 대한 교육이 그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사물 존대’는 이러한 어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처지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명명일 것이다. ‘커피’를 존대하고자 하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커피를 주문한 손님을 존대하려는 뜻에서 사용한 표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중시하자면 ‘상대 존대’라고 해야 옳다. 그러나 일반의 의식과 우리말의 문법에서 “커피 나오셨습니다”가 여전히 ‘커피’를 높이는 표현법임이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사물 존대 어법을 사용하는 것일까? 서비스업이라는 감정 노동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품이 준비되었음을 공손히 알리는 방법은 언어적 표현과 더불어 표정과 몸짓, 말씨를 공손하게 느껴지도록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을 모든 이에게 구사하기에는 응당 많은 노력과 힘이 들기 때문에 노력과 힘을 줄이면서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택한 방법이 이른바 사물 존대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즉, 표정, 몸짓 같이 신체적인 또는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가 큰 요소에 힘을 덜 쓰는 대신, 어법에 맞는 표현에 존대를 표하는 ‘시’가 더해진 것을 들려줌으로써 손님에게 표해야 할 예의를 나름 갖출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분석이 옳다면 사물 존대 어법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탐욕과 편의 때문에 애꿎은 우리말이 왜곡된 결과가 된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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