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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혈통 중시하는 일본 왕실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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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혈통 중시하는 일본 왕실 바뀔까

입력
2018.07.03 17:08
수정
2018.07.03 20: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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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과 결혼 발표한 아야코 공주

신분 이탈에 왕족 감소 우려 나와

보수층은 여성의 왕위 계승 반대 여전

일본 왕실의 아야코 공주가 지난 2일 도쿄 궁내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원인 모리야 케이와의 결혼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왕실의 아야코 공주가 지난 2일 도쿄 궁내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원인 모리야 케이와의 결혼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5촌 조카인 아야코(絢子) 공주가 2일 일반 회사원과의 결혼을 공식 발표하면서 일본에서 왕족 감소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고령화ㆍ저출산 영향으로 일본 왕실에서도 공무를 담당할 인원은 감소하고 있는데, ‘왕실전범’에는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해 분가할 경우 왕족 신분을 떠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성별 구분 없이 왕위를 계승하는 영국처럼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부계 혈통을 중시하는 보수층의 반발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 왕실은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왕위를 맡을 수 있는 남성은 5명에 불과하다. 아키히토 일왕과 남동생 마사히토(正仁) 친왕은 80대 고령이고, 내년 5월 왕위를 승계하는 아키히토 일왕의 장남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와 후미히토(文仁) 왕자 그리고 후미히토의 아들인 히사히토(悠仁) 왕자다. 나머지 여성 14명 중 7명은 30대 이하 미혼으로, 이들이 일반인 남성과 결혼할 경우 왕족 신분을 상실하게 돼 왕족의 감소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키히토 일왕의 큰손녀인 마코(眞子) 공주도 지난해 대학 동급생인 일반인과의 교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왕위 계승자가 부족한 상황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왕실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왕실전범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는 왕실 계승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의 왕위 계승과 여성 왕족의 자손에게 왕위 계승을 인정하는 왕실전범 개정을 검토했다. 그러나 부계(父系) 계승을 중시하는 보수층의 반대에 부딪혔고, 2006년 9월 히사히토 왕자가 태어나면서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2011~2012년 민주당 정권도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한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는 ‘여성 궁가(宮家)’ 창설을 긍정 검토했으나, 2012년 12월 자민당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논의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아키히토 일왕이 조기 퇴위 의사를 밝힌 뒤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한 ‘일왕 퇴위를 실현하는 특별법’의 부대결의 사항에는 여성 궁가 창설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여전히 논의에 소극적이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왕족의 나이를 보더라도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여성 궁가 창설에) 여러 의견이 있고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 충분한 분석과 검토,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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