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비아그라’로 불리는 여성용 성기능 촉진제 ‘플리반세린’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미국 여성운동가들 사이에 약을 통해 여성의 성(性)권리가 향상될 수 있다는 승인 찬성론과 이 약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더 중요한 다른 여성 인권 문제를 가려 오히려 여권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고 보도했다.
미 최대 여성단체인 전미여성기구(NOW)의 테리 오닐 회장은 13일 NYT에 “FDA가 과거 두 차례나 플리반세린 승인을 거절한 데에는 여성의 성적 즐거움을 하찮게 여기는 사회적 편견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성용 성기능 촉진제 비아그라가 1990년대 빠르게 승인된 것과 비교하면 불공정한 일”이라며 승인을 촉구했다. 플리반세린을 만든 제약회사 스프라우트의 신디 화이트헤드 최고경영자(CEO)도 “임상실험 피실험자들이 과거 FDA가 약품 승인이 거절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낙담하는 모습을 봤다”며 “임상실험에 참여한 여성들의 삶은 분명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다수가 이 약품을 환영하고 있는 만큼 미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승인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잇따르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FDA에서 여성건강 부문 책임자를 역임한 오드리 셰퍼드 등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집회와 토론회 등 현장 캠페인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반면 플리반세린을 둘러싼 여성계의 뜨거운 관심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잔 우드 조지워싱턴대 여성건강 연구소장은 “여성계가 플리반세린 승인에 과도하게 관심을 쏟는 것은 부적절한 전략”이라며 “여성과 관련한 다른 중요하고 시급한 의제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리반세린과 유사한 약품을 개발 중인 팔라틴테크놀로지의 스티븐 윌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승인 압력을 넣기 위해 마치 FDA가 성차별적 기구인 것처럼 몰아가는 일은 오히려 관련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건강네트워크 등은 “여성 성기능 촉진제 승인검토 문제를 약효나 부작용 등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성차별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은 객관적 검증을 방해할 수 있다”며 FDA가 승인검토 과정에서 지적한 부작용을 언급했다.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 4일 찬성 18표, 반대 6표로 플리반세린에 대해 승인을 권고했다. 그러나 임상실험 중 어지럼증과 저혈압, 실신 등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며 스프라우트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조건을 달았다. FDA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이르면 올 8월 이 약품에 대한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