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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18년째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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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18년째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가?

입력
2017.07.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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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한국에서 다중사용자롤플레잉게임(MMORPG)를 성공시키려면 사용자간전투(PVP)가 필수다"라는 말이 공식처럼 떠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PVP를 '하는 사람만을 위한 콘텐츠'로 여기는 지금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공식인데요. 그럼 MMORPG에서 PVP는 정말 철지난 콘텐츠 일까요?

올해로 18년을 맞은 <리니지>가 리니지 파이팅 챔피언십(이하 LFC) 대회를 엽니다. <리니지>의 PVP를 일반 유저층까지 넓히고 일종의 e스포츠로 발돋움 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사실 PVP를 메인 콘텐츠로 내세우고도 10년을 버틴 온라인게임은 세계 시장을 둘러봐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하물며 제대로 성공을 거뒀다고 말할 수 있는 게임은 더 적죠. 반면 <리니지>는 여기서 더 나아가 PVP의 활성화를 위한 '콜로세움'과 e스포츠 형식의 PVP 대회까지 준비 중인 셈입니다. 그저 오래된 게임만으로 치부하기에는 18년 동안 인기를 얻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LFC를 기념해 <리니지>의 PVP와 PK를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돌아봤습니다.

출시된 지 18년. 몇 번에 걸쳐 개선했지만 여전히 조악한 그래픽.

결코 세련됐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시스템

하지만 우리나라에 PVP와 PK라는 말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널리 퍼트린 게임

<리니지>

그리고 18년간 하루도 유저 간의 싸움이 멈추지 않은 게임

그리고 이를 위해 리니지가 18년 전부터 끊임없이 던진 질문

유저와 유저는 왜 싸우는가? 무엇이 싸움을 재미있게 만드는가?

그들은 왜 리니지에서 18년이나 서로 칼을 겨누고 있는가?

그 결과 찾아낸 리니지의 해답

의외성

제한된 정보

그리고 리스크

리니지가 집중한 첫 번째 싸움의 본질은 '의외성'이었다.

같은 무기가 적중하더라도 대미지는 최대 4배 이상을 오가고

같은 물약을 마시더라도 회복량은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난다.

운이 좋으면 연속으로 터지는 스턴 몇 번에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발동효과는 고사하고 기껏 발동한 스킬이 몇 초 만에 풀려버릴 때도 있다.

유리한 사람은 있지만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싸움

그래서 때로는 약자가 강자를 꺾는 이변이 벌어지고

그래서 누구도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긴장을 풀 수 없다.

이를 더 강조한 리니지의 두 번째 비결 '제한된 정보'

리니지에서 싸움이 시작되기 전까지 상대방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아이디'와 '직업' 뿐.

상대의 강함을 알기 위해서는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상대를 공격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꼬리를 내린 채 패배를 시인하거나

상대의 체력도, 상황도 알려주지 않는 무식한 싸움에서 유저가 기댈 것은 단 하나.

내가 상대보다 강할 거라는 믿음과 자존심뿐

그래서 처절한 싸움 속에서도 상대가 나보다 더 처절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 상대가 먼저 쓰러질 거라 믿으며 묵묵히 물약을 마시고 칼을 휘두르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리니지에서 패배는 단순한 캐릭터의 죽음 그 이상을 의미했으니까.

그렇게 리니지가 집중한 싸움의 마지막 본질 '리스크'

'죽음은 죽음다워야 한다' 리니지가 가진 고집

귀환부터 순간이동까지 도망칠 방법이 많은 게임. 그래서 누구도 쉽게 죽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아픈 죽음

도망갈 수단이 산적한 게임에서, 자존심으로 점칠 된 싸움을 벌이는 게임에서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치였고

경험치는 물론이고 아이템까지 떨어트리는 잔인한 패널티가 뒤따랐다.

그리고 이를 노리고 싸움을 벌이는 사람들.

누군가의 패널티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리품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럼 결국은 아이템 때문에 싸운 거 아니에요?"

맞다. 리니지의 전리품은 단순한 싸움의 결과로 보기에는 너무나 컸고,

아이템만을 노리는 전문적인 PK유저도 많았으니까.

그래서 어느 날 리니지가 선택한 과감한 업데이트

<SYSTEM>더 이상 다른 유저를 죽여도 아이템을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싸움만으로 보상을 주지 않겠다'

지금까지의 시스템을 뒤엎는 의지

하지만 업데이트 이후 수 년이 흘러도 줄어들지 않은 싸움의 비중

그렇게 18년이 지난 지금도 리니지의 싸움은 여전히 게임을 지탱하고 있다.

리니지의 흥행은 국내 게임업계에

"온라인게임이 성공하려면 PVP가 꼭 필요하다"는 일종의 공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출시된 온라인게임 중

PVP 콘텐츠를 중심으로 내세워 성공을 거둔 게임은 한 손에 꼽힌다.

18년의 세월이 증명한 리니지 흥행의 이유,

싸움의 본질을 이해한 제대로된 PVP. 그것이 만들어낸 리니지의 벽은 여전히 두텁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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