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단독] 국고 수백억원 날린 ‘늑장 공정위’

알림

[단독] 국고 수백억원 날린 ‘늑장 공정위’

입력
2017.10.10 04:40
0 0

車 해상운송 국제카르텔 사건 등

공소시효 임박해서야 검찰에 고발

공정위 ‘전속고발권’ 또 도마에

방위사업청 요청으로 2012년 5월 군납 급식업체 담합 입찰 조사에 착수한 공정거래위원회는 5년이 다 된 올 3월 소시지ㆍ돈가스 등 19개 군납업체에 과징금 335억원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가 2006~2015년 유찰방지, 물량 나눠먹기 목적으로 사전에 낙찰업체와 입찰가격을 정해 실행한 사실이 적발됐다. 담합 입찰 계약금 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했다. 공정위는 방사청에 이를 통보하고 사안이 중한 업체 6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업체에 따라 공소시효 만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아 결국 검찰은 시간 부족으로 수사가 불가능한 일부 업체를 무혐의 처분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방사청은 공정위 처분을 바탕으로 담합 업체들에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담합금액 중 수백억원은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완성으로 받아내지 못하게 됐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손해를 국가가 가지는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담합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배타적인 고발권한, 즉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의 사건 늑장처리로 적정 배상과 처벌을 하지 못한 경우가 이뿐만이 아니다. 공소시효 만료를 두세 달 앞두거나 아예 임박해 공정위 고발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당연히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구상엽)가 처리한 ‘자동차 해상운송 국제카르텔 사건’. 2012년 8월 글로벌 해운회사들이 자동차의 국제 해상운송료를 담합한 사실을 포착한 공정위는 공소시효 만료일(9월5일)을 보름 앞둔 8월 18일에서야 검찰에 업체 5곳을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시간 부족으로 2곳만 기소했다. 또 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 검사용역 입찰 사건과 UAE 원자력발전소 검사용역 입찰 담합 사건, CJ CGV의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 등에서 공정위는 공소시효 만료가 세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해당 사건들을 3~4년씩 조사하다 공소시효가 촉박해서야 고발하는 행태가 사실상 관행화한 것이다. 물론 공정위는 “조사할 분량이 방대해 그렇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의 배타적 자세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다른 기관이 공정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민ㆍ형사상 처리를 하는데 필요한 절차나 시간에 대한 공정위 내부의 이해도가 낮다”며 “일부에선 고발ㆍ통보만 하면 할 일을 다 한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고 말했다. 사건 처리 전 관련 자료나 정보를 공정위가 독점하고 놓지 않으려는 태도도 늑장처리에 한몫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사에 이은 고발조치를 하는 국세청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건이 배당되면 조사기간이 한정된 데 반해, 공정위는 처리 시한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한다.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건 초기부터 공정위와 검찰 등 유관 기관이 각자의 역할에 대해 협의하며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