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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 재해에 산재처리 8.6%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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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 재해에 산재처리 8.6%뿐

입력
2015.02.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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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체절 643명 설문… 노동자 44% "부상·질병 경험했다"

정규직보다 환경 열악해 사고 많아, 치료기간 병가 못 받고 무급 휴가도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A(45)씨는 2009년 롤샵공정(대형 롤을 통해 철을 얇게 만드는 작업) 중 오른손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며 엄지, 검지손가락이 으스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A씨를 직접 고용한 하청업체는 산재보험에 가입했지만 사고를 공상 처리했고, A씨는 병가를 3일 사용한 후 업무에 복귀했다.

같은 해 같은 공장에서 쇠망치로 쇠를 두들겨 펴는 작업을 하던 B(38)씨는 망치를 떨어뜨려 무릎을 다쳤다. B씨를 직접 고용한 하청업체 중간관리자는 “당신이 잘못해 사고가 난 것”이라며 산재보험처리는커녕 치료비 지불조차 거부했고, B씨는 현대제철 사내 부속의원에서 치료를 받는데 그쳤다. 중간관리자는 B씨에게 “의사가 왜 다쳤는지 물어보면 ‘집에서 발을 헛디뎌 냉장고에 찧었다’고 대답하라”고 명령했다. B씨는 심지어 병가도 받지 못해 치료 기간 동안 무급 휴가를 냈다.

10일 금속노조가 현대제철 당진ㆍ순천ㆍ포항ㆍ인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7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철강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643명 중 44.3%(285명)가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반면 재해 발생 시 산재보험 처리 비율은 8.6%에 그쳤다.

지난해 8~10월 진행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92.9%(601명)는 “직접 고용된 정규직보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재 발생이 더 많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대제철 공장에서 2012년 9월부터 현재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15명 중 12명이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같은 하청업체라도 근무 환경이 열악한 사업체의 산재 발생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1차 협력업체 노동자 중 산재 경험 비율은 41.7%(201명)인 반면, 2~3차 협력업체 노동자의 산재 경험은 57.1%(52명)에 달했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 발생 시 산재보험 처리율을 매우 낮아 8.6%(23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직접 고용된 하청업체 비용으로 공상처리(40.4%ㆍ108명)하거나 건강보험(16.9%ㆍ45명), 민간보험(19.9%ㆍ53명)으로 처리했다. 보고서는 “사내하청 업체는 원청기업에서도 위험성이 높은 작업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청에 비해 하는 일의 재해 위험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원청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고용규모가 결정되는 하청업체 특성상 소속 직원들이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점도 반복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하청업체나 직영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54.6%), “소속 업체에서 산재로 처리하지 말도록 강요해서”(17.8%)라고 응답했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 실장은 “하청업체는 전체 공정의 일부만 맡고 있기 때문에, 전체를 조망하면서 재해를 예방하도록 업무의 흐름이나 순서를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원청이 산업안전법상 도급 노동자를 보호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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