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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항소심, 삼성물산 합병 朴 개입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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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항소심, 삼성물산 합병 朴 개입 인정

입력
2017.11.15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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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지시 뒤 청와대가 세세히 챙겨

대통령 위한 보고서도 작성해 올려”

관계자들 증언 신빙성 있다 판단

부인하는 朴·이재용 재판에 악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웝에서 열린 2심 선고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웝에서 열린 2심 선고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표(61)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을 인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돕는 대신 433억원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4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영)는 국민연금공단 담당자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문 전 이사장과 공단에 불리하게 산정된 합병 비율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찬성 의결을 유도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문 전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은 1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 받았다.

특히 재판부는 문 전 이사장 범행 배경에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1심에선 이 부분 판단이 없었지만, 문 전 이사장 측이 항소 이유로 “박 전 대통령 지시를 직접 받거나 전달 받은 사실이 없으니 범행 동기가 없다”고 주장하자 재판부가 적극 판단에 나선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지시가 있음을 적어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문 전 이사장에게 범행 동기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들 증언 내용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증인으로 출석했던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2015년 6월 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고, 김진수 전 보건복지비서관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같은 박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지시를 받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의결 과정을 세세히 챙겼다고 증언한 점도 짚었다. “합병 건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자주 연락했고 경제수석실에서 관련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김 전 비서관 증언, “투자위원회 찬성 결정을 유도할 계획이라는 취지의 ‘대통령 보고용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김기남 전 고용복지수석실 행정관 증언 등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의 개별 현안 중 하나인 삼성물산 합병에 박 전 대통령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는 두 사람 재판에서도 첨예한 쟁점이다. 혐의 입증을 위해 필요한 증거나 증인도 상당수 겹친다. 최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을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나와서도 했다. 문 전 이사장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김 전 비서관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1심부터 “청와대에서 ‘특검의 X맨’으로 찍힌 사람”이라며 증언 신빙성을 깎아 내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 개입 심증을 형성하는 데는 이들의 증언이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담당 재판부가 다른 만큼 원칙적으로는 같은 판단을 장담할 수 없지만, 동일한 증언과 사실관계를 놓고 항소심 재판부와 전혀 다른 판단을 박 전 대통령 재판부가 내리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많다. 또 특검이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 삼성물산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도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재판에서 이번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하는 식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도 보인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경영상 부합하는 목적이었다”고 판단한 민사 판결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무효 소송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고,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경영 안정화가 계열사 이익에 기여했다”고 짚었다. 다만 민ㆍ형사 재판에서 판단을 내리는 근거 법리와 쟁점이 달라 이날 문 전 이사장 항소심 선고만큼의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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