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승준 기자

강은영 기자

김표향 기자

이소라 기자

등록 : 2017.01.16 15:24
수정 : 2017.01.16 18:48

완성도 위해 결방한다? 결국 피해자는 시청자

[까칠한 talk] 방송가 ‘결방 릴레이’

등록 : 2017.01.16 15:24
수정 : 2017.01.16 18:48

무한도전ㆍ드라마 도깨비 결방

“강행군 무리” 지적 외면하다

사과도 없이 재방송 ‘전파 낭비’

예능 시즌제 논의 계기돼야

방송사들이 무책임한 결방과 무분별한 재방송 편성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MBC는 '무한도전'(사진 맨 위)을 7주 결방하며, 이 기간 중 4주를 재방송으로 편성했다. SBS '푸른 바다의 전설'(가운데)과 tvN '도깨비'(아래)는 한 차례씩 결방해 시청자에 불편함을 줬다. MBC, SBS, tvN 제공

한 지역의 환경미화를 11년 동안 책임진 이들이 과로로 수 년 째 고통을 호소했다고 치자.

이러다 무슨 일이 나겠다 싶어 환경미화원들이 “구청놈들아, 우리도 살자”라며 7주 간의 휴식 기간을 요구했다. 수 년 째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정상화 요구를 눈감아 왔던 구청은 강력한 항의에 결국 손을 들고, 환경미화원들에 휴가를 줬다. ‘일’은 다음에 터졌다. 환경미화원들이 휴가를 떠난 뒤 동네는 ‘쓰레기장’이 됐다. 누구의 잘못인가. 공공의 쾌적한 환경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구청이 노동 공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이와 비슷하게 사람들에게 심리적 불편을 줄만한 혼란이 최근 방송가에서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 MBC는 ‘국민 예능’인 ‘무한도전’을 28일부터 7주 동안 결방하는데, 이 기간 중 무려 4주나 ‘무한도전’ 재방송을 편성해 비난을 샀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휴식을 즐기는 토요일 오후에 한 달이나 재방송을 내보내는 건 공영방송사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파업도 아닌데, 한 달이나 특정 시간대에 재방송을 편성하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렵게 드문 일이라 ‘편성 사고’란 말까지 나온다.

‘무한도전’ 뿐 아니다. 케이블채널 tvN은 지난 14일 금토드라마 ‘도깨비’를, SBS는 지난달 29일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본 방송을 내보내지 않고, 재방송 격인 ‘스페셜편’으로 대체했다.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툭하면 결방 조처를 내리는 방송사의 무책임한 편성 전략이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은영 기자(강)=“4주 동안이나 재방송을 내보내는 건 공영방송의 전파 낭비다. 토요일 오후는 황금 시간대다. 새 예능프로그램 실험을 파격적으로 할 수 있는데, 이 기회를 재방송 편성으로 그냥 버린 것 아닌가.”

양승준 기자(양)=“방송사의 무책임한 처사가 문제다. 김태호 PD 등 제작진이 11년 동안 달려 온 ‘무한도전’에 재정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김 PD가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방송국 놈들아, 이러다 무슨 일 나겠다”라며 하소연했을까. 수 년 동안 뒷짐지고 있다가 결국 고름이 터졌고, 그 피해를 시청자에 고스란히 떠 넘겼다.”

김표향 기자(김)=“2012년 MBC가 파업할 때 약 반 년 동안 사 측이 ‘무한도전’ 재방송을 내보냈다. 재방송 광고 단가가 본 방송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해선 높았다고 한다. 제작비는 안 들어가는데, 광고 수익은 적지 않게 들어온 셈이다. MBC가 이를 고려해 신규 프로그램 대신 ‘무한도전’ 재방송 편성을 한 게 아닌가 싶다. 1~2월은 설날 연휴를 대비해 방송사들이 신규 프로그램 기획을 쟁여 놓는 시기인데, 이들을 제쳐두고 4주나 ‘무한도전’ 재방송을 편성한 건 시청자를 외면한 철저히 상업적인 전략이다.”

이소라 기자(이)=“결방이 방송가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듯 해 더 당혹스럽다. 방송사들은 요즘 결방 조처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는다. 하이라이트를 엮은 재방송 프로그램을 ‘스페셜’이라 뻔뻔하게 포장하고, “고난도 촬영”(‘도깨비’)을 이유로 들며 결방을 마치 작품 완성의 불가결한 과정으로 여기는 게 황당하다.”

강=“드라마 촬영 시스템을 이유로 ’우린 어쩔 수 없으니 시청자들이 이해해 줘’라는 핑계는 그만 듣고 싶다. 문제인 걸 알면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전 제작은 ‘필패’라는 인식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 제작이었는데, 시청률도 광고도 ‘대박’이 났다. 주 2회 75분 분량의 드라마 제작 일정이 빠듯하단 걸 고려해, 30% 이상은 사전 제작을 한 뒤 방송을 해 ’방송 펑크’를 대비하는 등의 작업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

양=“방송사들의 ‘편성 농단’이 심해지고 있다. KBS가 월화드라마 ‘화랑’을, MBC가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을 이달 모두 방송 전에 미리 보기 편을 만들어 60여 분을 내보냈다. 왜 시청자들이 알지도 못하는 드라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1시간이나 봐야 하나. 작품 홍보를 위해 미리 보기 편을 만들어 무책임하게 전파를 낭비하고 있다.”

김=“드라마는 초반 1~4회 안에 시청자를 잡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방송사들이 미리 보기 등을 경쟁하듯 내보내는 것 같다.”

강=“‘무한도전’ 7주 결방을 계기로 방송가에서 예능프로그램 시즌제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 같다. 케이블채널도 아닌 지상파에서 7주 간의 프로그램 재정비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건 ‘무한도전’ 그리고 김 PD니까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다.”

양=“시즌제는 피할 수 없는 물결이라 본다. 갈수록 시청자들은 더 새로운 걸 원하고, 쉽게 질린다.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시청자 만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길이 시즌제다. tvN이 ‘삼시세끼’와 ‘신서유기’로 이미 성공적인 사례도 보여줬고. 지상파에서도 그 변화의 물결에 맞춰 하루 빨리 편성 전략을 새로 짜야 할 때다.”

김=“SBS가 월요일 오후 11시 대를 시즌제 프로그램 실험대로 삼고 있다. ‘씬스틸러’ 후속으로 내달 시트콤 ‘초인가족 2017’을 내보내는 데, 이 시트콤이 끝나면 ‘씬스틸러’ 시즌2을 편성할 예정이다.”

이=“예능프로그램 시즌제가 모든 프로그램에 다 득이 될 것 같진 않다. 가령 ‘무한도전’은 시국 풍자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시청자와 공감의 폭을 넓혀 왔다. 시즌제 프로그램이 되면 이런 장점을 놓치고 갈 수 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
인터랙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