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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정치하다] “엄마 여론 무시하면 정치 못하죠” 여의도 새 풍경

입력
2017.11.04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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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전문지식 갖추고

정치인 감시ㆍ정책 대안 제시

“엄마들 체감공약 가장 신경 써”

수도권 한 국회의원 보좌관 A씨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지역구 젊은 엄마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피는 것이다. 엄마들이 지역 내 어떤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얘기를 나누는지를 수시로 체크한다. 그는 “지역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엄마들 사이에서 ‘우리 지역구 의원은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엄마들이 정치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래픽 신동준 기자
엄마들이 정치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래픽 신동준 기자

특정 이해집단이나 오피니언 주도층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엄마 집단은 이제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에게는 무시 못할 관리 대상이다. 보육, 교육, 먹거리, 환경, 안전 등 문제에 엄마들이 무관심했던 때는 없었지만 이제는 상당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정치인을 감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정치인들이 엄마들의 위력을 깨달은 것은 아니지만, 일찍 눈뜬 국회의원들이 있다.

16년 경력의 국회의원 보좌관 B씨는 “요즘 엄마들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지역사무소에 가장 많이 찾아오는 것은 엄마들입니다. 전에는 거의 오지 않았죠. 지역 내 행사를 가거나 인사를 다닐 때도 예전에는 엄마들이 뒷걸음질을 쳤지만 이제는 먼저 다가와 현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의원의 입장을 묻거나 해결책을 요구합니다. 상당한 압박이 됩니다.”

문자메시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기 지역구 의원에게 수시로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거나 의정 활동에 대해 평하는 경우도 많다. 의원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논란이 되는 현안에 어떤 입장인지를 훤히 꿰고 있다. B씨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나쁜 평가를 받거나 이미지가 좋지 않으면 마을 이미지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다”며 “옷차림, 헤어스타일까지도 관리받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이고은(왼쪽부터) 공동대표, 조은아 회원, 김신애 회원, 조성실공동대표.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com /2017-10-25(한국일보)
정치하는엄마들의 이고은(왼쪽부터) 공동대표, 조은아 회원, 김신애 회원, 조성실공동대표.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com /2017-10-25(한국일보)

수도권 지역구 의원 보좌관 C씨는 “엄마들이 제시하는 정책 대안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우리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많아 의원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정책에 반영하고 엄마들에게 즉시 피드백을 준다”고 했다.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공동의 의견을 조직하고 이를 실행하는 훈련까지 돼 있다.

선거 운동에서도 엄마 맞춤형 선거 전략이 필수가 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반대한다고 했다가 영유아를 둔 엄마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뒤늦게 “단설 유치원을 반대한다고 한 것”이라고 다급히 해명했는데, 엄마 여론의 영향력을 알지 못한 패착으로 꼽힌다. C 보좌관은 “예전에는 그럴 듯한 건물을 새로 짓겠다거나 도로를 깔겠다는 식의 개발 공약이 중요했지만 이젠 엄마들이 관심을 갖는 ‘체감 공약’에 가장 신경을 쓴다”며 “후보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아파트 사는 ○○엄마입니다’ ‘○○ 초등학교 다니는 ○○ 아빠입니다’ 식으로 엄마들이 친숙해 하는 구호를 내세우는 것까지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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