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획일적인 역사교육에 반대"
金 "책 만들지도 않았는데 선입견"
언성, 반박… 날선 격론장 방불
박 대통령 원론적 수준 발언만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7개월 만에 다시 만난 22일 청와대 회동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정면충돌해 국정화 정국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이날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문재인 대표가 먼저 꺼냈다. 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정교과서 추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고, 이후 30분 넘게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여야 모두 각자의 논리와 근거만 반복해서 강조했고 결국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브리핑 내용을 종합해 청와대 회동 상황을 재구성했다.
문재인 대표(이하 문재인)= 가계부채 1,100조원, 비정규직 600만, 청년실업률 10%대 등 이들 (수치) 모두 사상 최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 어렵다. 그런데 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간절한 요구는 경제 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하라는 것이고, 우리 당도 초당적으로 협조할 준비가 돼있다. 국민들은 역사 국정교과서를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하고, 획일적인 역사교육에 반대한다.
이종걸 원내대표(이하 이종걸)= 국정교과서는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것으로 역사 윤리를 실추시키는 것이다. 국가가 헌법 정신을 스스로 왜곡하는 주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이 자랑스러운 것은 36년 동안 싸워온 항일투사와 독재를 이겨낸 4·19 민주 시민이 있어서다. 이것이 헌법 전문의 정신이다. (교과서 국정화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간과하고, 다양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무시하고 획일화로 가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이하 김무성)=국정 교과서 집필진도 구성 안됐고 내용도 모르는데 어떻게 친일 독재를 미화할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 지금 내가 (발언을) 참고 있는데 그만해라.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것이 우려되면 집필에 참여해서 막으면 될 것 아니냐.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 현행 검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 인맥으로 연결돼 7종의 검정 역사교과서를 돌려 막기로 쓰고 있다. 결국은 하나의 좌편향 교과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줘야 통일시대를 대비한 미래 세대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다. 우리 역사를 스스로 비하하는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역사서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인하고 책을 읽어보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끔, 우리 역사는 부끄러운 역사인 것으로 기술돼 있다.
이종걸=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게 어떤 부분인가.
박근혜=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김무성= 교과서 집필진의 90% 이상이 좌파 학자들로 구성돼 있다. 좌편향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종걸= 우리나라 역사학자 중 2,000명이 국정화 교과서 집필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역사교과서 모임 참가자 대부분도 집필하지 않겠다고 했다. 90% 해당하는 분들이 좌파이념에 물들어 있는 전문가라는 취지인가. (대통령이 말한 분들은) 그 중 극소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2013년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정부의 검정 심의를 최종 통과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사를 보면 친일사관이나 독재를 미화한 서술이 있다. 국정교과서에서도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될 수 있다.
김무성= 문 대표가 친일사관의 사례로 교학사를 거론하는데 바로 그것이 검정 교과서다. 교과서도 교과서지만 교사용지도서는 완전 좌편향이다.
원유철 원내대표= (야당은) 친북적 내용 없다고 하지만 잘 보면 다 나와 있다. 왜 우리 아이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느냐.
문재인= 우리도 교과서를 다 읽어봤지만 친북ㆍ좌편향이라고 볼 수 없다. 대표적인 공산주의 국가 베트남도 4월 유엔인권이사회의 국정화 시정 결의를 받아들여 검인정 체제로 가기로 했다.
김무성= 이 세상의 분단국가가 우리 밖에 더 있나. 분단국가에서는 국정교과서가 유일한 방안이다.
이후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거듭 “국정교과서 추진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김 대표가 마지막에 “국정 교과서 추진은 정부가 하는 일이니 정부에 맡겨두자”는 말로 국정 교과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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