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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김정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편곡 재미있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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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김정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편곡 재미있어 해”

입력
2018.04.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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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남한예술단 음악감독이 지난 1일 평양에서 열린 공연 '봄이 온다' 시작 전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상 남한예술단 음악감독이 지난 1일 평양에서 열린 공연 '봄이 온다' 시작 전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봄이 온다’)에 깜짝 등장해 2층 관람석에서 남한예술단의 공연을 즐겼다. 김 위원장이 가장 흥미롭게 본 무대는 무엇이었을까.

윤상 남한예술단 수석 대표 겸 음악감독은 공연 하루 뒤인 2일 방북단의 숙소인 고려호텔 2층에 마련된 남측 기자실을 찾아 “김 위원장이 특히 윤도현이 부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재미있어했다”고 말했다.

윤도현이 속한 록밴드 YB는 심수봉의 히트곡을 록 스타일로 편곡해 지난 1일 새롭게 북한 관객에 선보였다. 윤 감독은 “김 위원장이 ‘이거 어떤 편곡이냐, 듣던 거랑 다르다. 북측에서도 좋아하는 곡’이라고 공연 관람 중에 얘기해 YB가 특별히 편곡했다고 설명했다”고 공연 뒷얘기를 들려줬다. 김 위원정은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손뼉을 쳤다는 후문이다.

우리 노래가 북한에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현지 주민들에게 우리 노래는 낯설 수 밖에 없다. 윤 감독은 “공연 끝에 출연진이 ‘다시 만나요’와 ‘우리의 소원’을 합창할 때 북측 관람객들이 경계를 푸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소녀시대 멤버인 서현이 북측 노래 ‘푸른 버드나무’를 부를 때는 관객들이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호응했다. 윤상은 “이때 나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더불어 “우리 가수들이 북측 노래를 부를 때 객석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공연 레퍼토리에 북측 노래를 더 많이 포함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반성도 했다.

지난 1일 공연에서 조용필은 후두염으로, 사회를 본 서현은 몸살로 고생했지만 아픈 내색 없이 무대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윤 감독은 “조용필 선배는 무대에서 전혀 그런 걸 못 느낄 만큼 열창을 해주셨다”며 “서현도 무대에 올라가선 끝날 때까지 담대하고 자연스럽게 말을 잘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방북 공연에서 단연 화제는 걸그룹 레드벨벳이었다. 김 위원장도 레드벨벳에 관심을 보였다. 레드벨벳 멤버인 예리는 “(김 위원장이) ‘레드벨벳과 만날지 안 만날지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라며 “남측 언론 얘기를 하셨다”고 김 위원장과의 만남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윤 감독은 “세계 10개국 이상 차트에서 난리가 난 친구들이 (북한에) 오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장 젊은 세대를 소개하는 역할을 레드벨벳이 훌륭하게 해줬다”고 의미를 뒀다.

이번 방북 공연엔 레드벨벳이 아이돌그룹으로 유일하게 참여했다. 윤 감독은 “아이돌 가수가 많이 왔으면 좋았을 테지만 북측에서 우려의 눈빛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라는 고충도 전했다.

윤상 남한예술단 음악감독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양에 도착,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인사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윤상 남한예술단 음악감독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양에 도착,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인사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엔 남북 합동 공연이 류경정주체육관에서 열린다.

윤 감독은 “북쪽의 편곡은 굉장히 화려하면서도 힘이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그 부분을 좀 더 서정적으로 풀어보고 싶었다. 서로의 접근법이 달라 짧은 준비 과정에서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차츰 서로 익숙해졌다”고 합동 무대에 대한 준비 과정을 들려줬다.

13년 만에 재개된 남북 문화 교류인 만큼 윤 감독에게 ‘봄이 온다’는 각별했다. 그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다”며 다음을 바랐다. 다음 공연에선 “북쪽 음악을 우리식으로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현송월 북측 단장 등이 ‘우리가 남에 갔을 때는 당신들 노래 많이 불렀다. 남측도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기대하겠다’ 했을 때 미안했어요. 우리가 사실 북쪽 노래를 잘 모르잖아요. 이번엔 아쉬워도 이런 분위기로 남북이 노래하고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우리 쪽과 삼지연관현악단을 다 이용해 멋있는 (북측) 가곡을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평양공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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