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4.19 20:00
수정 : 2017.07.04 15:26

[짜오! 베트남] 싼 물가에 유커 밀물… 카지노 빗장도 풀렸다

<7> 경제성장 주도하는 관광산업

등록 : 2017.04.19 20:00
수정 : 2017.07.04 15:26

정부의 강력한 육성책이 큰 몫

작년 외국인 방문객 1000만명

1분기엔 사상 최대 29% 늘어

1박2일 상품 5만이면 충분

3명 중 1명이 중국인 관광객

경마, 경륜 등 사행산업 추진도

수많은 오토바이와 나날이 늘고 있는 자동차, 그들이 뿜어내는 매연 때문에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든 베트남의 명물 시클로. 18일 호찌민시 통일궁 인근에서 한 부부 관광객이 시클로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고 있다. 1시간에 30만동(약 1만5,000원)으로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꽤 비싼 편이다. 정민승 특파원

안정된 정치와 높은 수준의 치안을 자랑하는 베트남이 정부의 강력한 관광산업 육성책에 힘입어 관광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저렴한 물가, 다양한 음식, 풍부한 볼거리를 무기로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 1,000만명 고지에 올라선 베트남은 올해도 1분기에만 321만명의 외국인 손님을 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9% 늘어난 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저효과를 본 2010년 통계를 제외하면 분기별 사상 최대폭 성장이다.

지난 17일 저녁 호찌민시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통하는 데탐 거리. 크고 작은 여행사들이 밀집해 외국인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인근의 붕따우, 무이네, 달랏, 메콩델타는 물론 중부 다낭, 1,500㎞ 이상 떨어진 수도 하노이까지 운행하는 버스들의 기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지루(31)씨는 “버스편으로 어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호찌민으로 왔다”며 “호찌민 시내 구경을 마치고 ‘베트남의 하와이’ 무이네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선택한 2박 3일짜리 패키지상품 가격은 1인당 208만7,000동(약 10만4,500원). 누워 갈 수 있는 슬리핑버스 왕복요금, 무이네 호텔 2박, 자유 해수욕과 모래언덕 투어 등 현지 관광, 다섯 끼의 식사가 포함된 가격이다. 그는 “웬만한 호텔 1박 요금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며 “베트남이 아니면 어디서 이렇게 여행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외에도 데탐 거리에서는 1박 2일짜리 상품을 한화 5만원 수준이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남쪽 메콩 델타 지역의 당일치기 여행의 경우 1만5,000원이면 점심과 간식을 포함해 수상시장 투어, 쪽배놀이까지 즐길 수 있다. 인근 나라들에 비해 도로 등 인프라가 잘 구축되고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이기 때문에 가능한 여행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공개한 2017년 여행ㆍ관광 경쟁력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풍부한 볼거리와 여전히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2년 전 조사보다 8단계 상승한 67위에 랭크됐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중국측 동헝에서 베트남 북부 몽까이로 입국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뚜이제 웹사이트 캡쳐

값싼 여행비 때문에 지난달 17일 베트남 몽까이로 들어오기 위한 중국 측 관문 동헝 통관수속장에 인파가 몰려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베트남 여행물가가 중국 서민층에 적합하다”며 “이 곳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관광청에 따르면 1분기 관광 외국인 3명 중 1명(95만명)이 중국인이었다. 지난해 동기대비 64% 늘어난 수치로, 2004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국가별 여행객 수로는 최대치 성장이다. 이 외 한국인도 29% 늘어난 16만3,000명을 기록했다.

‘굴뚝 없는 공장’에 비유되는 관광산업이 베트남에서 덩치를 키울 수 있는 데에는 정부의 강력한 관광산업 육성책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대책회의가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주재로 처음으로 열린 데 이어 이후 지속적으로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에 관광산업 육성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베트남 관광산업이 창출한 가치는 2015년 기준 289조동(약 14.5조원)으로, 전체 GDP 대비 관광산업이 기여한 비율은 6.6%를 기록했다. 세계 평균(3.0%)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각 성과 도시는 경쟁적으로 관련 회의를 소집하고 유치 관광객 목표치를 내놓고 있다. 하노이의 경우 2020년까지 내외국인 관광객 2,32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고, 호찌민시는 올해 관광부문의 매출 목표를 당초 116조동에서 120조동(약 6조원)으로 올려 잡았다. 부이 따 호앙 부 호찌민시 관광국 이사는 "지난해 호찌민 관광산업의 기여도는 도시 총생산량의 10%에 달했다”며 "올해에는 12%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시에서 무이네로 가는 슬리핑버스 내부.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00항공 신규 취항’ 소식은 기사 축에 들지도 못한다. 지난달 30일 저가항공사 비엣젯이 하노이-캄보디아 시엠립 노선을 개설하자마자 이틀 뒤인 2일에는 티웨이항공이 대구-다낭 노선에 항공기를 새로 투입하는 등 하루가 멀다고 노선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말레이시아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가 베트남 시장에 저가항공사를 차리기로 하고 베트남 투자기획부(MPI)와 양해 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80%가 항공편으로 베트남을 찾는다.

관광산업을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인식한 베트남 정부는 그간 금기시 되던 도박장 빗장도 풀었다. 관광객 유치는 물론 인접한 캄보디아 등지의 카지노로 유출되는 외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에는 범죄 전과가 없는 21세 이상, 월 소득 1,000만동(약 50만원) 이상임을 입증하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카지노뿐만 아니라 휴양도시 붕따우 등에 경마와 경륜 등 사행산업을 위한 경기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 업체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김일산 호찌민지부장은 “베트남 관광산업은 폭발적 성장 직전”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관광산업에도 큰 관심을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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