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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스튜핏!”… ‘짠테크’ 열풍에 저축 앱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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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스튜핏!”… ‘짠테크’ 열풍에 저축 앱도 인기

입력
2017.10.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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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테크’ 인기에 각종 절약 팁 넘쳐나

시중은행도 소액 저축 앱 속속 내놓아

“고용불안 등 불확실한 미래 탓” 분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라고 생각해왔던 직장인 윤모(38)씨는 최근 마음을 바꿨다. 아내의 임신으로 지난 6개월간 담배를 끊고 아껴 모은 담뱃값이 최근 1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윤씨는 “티끌을 모아 산을 만들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소액을 꾸준히 모으는 재미가 예상 외로 컸다”며 “모은 돈으로 연휴 기간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무심코 나가는 사소한 지출을 줄이고 대신 작은 금액을 꾸준히 저축하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열심히 모아도 집 한 채 못산다”며 버는 대로 소비하고 즐기는 ‘탕진 잼’이나 “인생은 한 번 뿐”이라며 취미나 자기계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권했던 ‘욜로(YOLO)’ 열풍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돈은 안 쓰는 것’이라며 저축을 권하는 TV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연예계 대표 짠돌이로 알려진 개그맨 김생민씨는 최근 한 방송에서 시청자가 보낸 한 달 치 영수증을 보고 소비를 줄이는 각종 방법을 분석한다. 그는 불필요한 소비가 발견됐을 경우 ‘스튜핏!(Stupid)’이라고 외치며 따끔하게 지적하고 현명하게 소비했을 경우 ‘그레잇(Great)’이라고 말한다. “안 사면 100% 할인!” “저축은 공기와 같다”고 외치는 김씨는 ‘통장요정’이라 불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람들도 온라인 카페 등에서 자신의 소비 내역을 공개하며 불필요한 지출을 검증 받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온라인상에도 ‘미리 한달 사용 금액을 정해 봉투에 넣고 그 안에서만 쓰기’, ‘특정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1,000원씩 저축하기’ 등 각종 절약 팁이 넘쳐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처럼 짠테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에 발맞춰 시중은행에서도 소액을 꾸준히 저금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나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속속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매일 커피 한 잔 값(5,000원)을 연금으로 저축하는 ‘KB라떼 연금저축펀드’를 선보였다. 만일 매일 커피 한 잔 값을 30년간 꾸준히 모은다면 수익률을 연 3%로 가정했을 경우 은퇴 후 연금으로 10년간 월 77만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모바일에서 직접 가입해야 하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이 돌면서 최근엔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가입방법을 묻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4월 자투리 금액을 수시로 모아 한 달마다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비대면 상품인 ‘한달애(愛) 저금통’을 선보였다. 한달애 저금통은 하루 최대 3만원, 월 최대 30만원까지 연 4%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한 달 동안 매일 1,000원씩 입금액을 늘려 자동이체 하거나 절약한 하루 생활비를 매일 입금하는 ‘위비 짠테크 적금’을 지난 5월 출시했다. 1일에는 1,000원, 2일에는 2,000원을 넣는 등 매일 1,000원씩 적립 금액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 적금 계좌 수는 4개월 만에 3만 건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었다.

KEB하나은행은 앱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얼마를 저축할지 묻고 답한 금액만큼 적금 계좌에 돈을 이체하는 ‘오늘은 얼마니?’ 적금을 내놨다. 하나금융도 이달 초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지출 내역을 자세하게 확인하고 유용한 금융상품을 추천 받을 수 있는 자산관리용 앱 ‘핀크(Finnq)’를 선보였다. 핀크는 2주 만에 가입자가 30만 명을 돌파하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IBK기업은행의 ‘IBK평생설계 저금통’은 신용(체크)카드를 결제할 때마다 1만원 미만의 돈이 미리 정해둔 적금ㆍ펀드ㆍ연금저축신탁 계좌 등으로 이체된다. 예를 들어 ‘하루 3회, 신용카드를 결제할 때마다 3,000원씩 펀드에 적립’이라고 설정을 하고 하루 3회 카드를 쓰면 9,000원(3회×3,000원)이 지정한 펀드로 입금된다.

그러나 이 같은 짠테크 열풍의 이면에는 끝 모르고 상승하는 물가와 청년들의 고용불안, 노인 빈곤 등 불확실한 미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고 모여있기만 할 경우 중ㆍ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짠테크 열풍은 소득이 충분치 않고 내수는 위축된데다 노후 등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모아야 한다’는 심리가 커진 것”이라며 “거시적으로는 국내 경기가 더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을 늘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통계청이 공개한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 낮아지면서 7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김생민의 영수증’은 KBS2에서 6부작으로 방영된 후 “스튜핏” “그레잇”이란 유행어를 낳으며 인기를 끌었다. KBS2 방송화면 캡처
‘김생민의 영수증’은 KBS2에서 6부작으로 방영된 후 “스튜핏” “그레잇”이란 유행어를 낳으며 인기를 끌었다. KBS2 방송화면 캡처
‘김생민의 영수증’은 KBS2에서 6부작으로 방영된 후 “스튜핏” “그레잇”이란 유행어를 낳으며 인기를 끌었다. KBS2 방송화면 캡처
‘김생민의 영수증’은 KBS2에서 6부작으로 방영된 후 “스튜핏” “그레잇”이란 유행어를 낳으며 인기를 끌었다. KBS2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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