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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너무나 기다려지는 선거

입력
2016.01.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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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권자의 권리와 참여로 올바른 정치인을 선출해 모두가 원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몽골에서 선거 경험이 별로 없었던 나에게 한국에서 꼭 한번 참여해 보고 싶은 일들 중 하나가 투표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선거 기간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달아오르는 사회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한 후로는 나도 내가 사는 사회에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년 시절 몽골은 공산주의 체제여서 민주적인 선거를 보고 배우지 못했다. 당시 몽골은 선거 당일 공산당에서 그 지역을 대표할 사람 한 명을 후보로 내세우면, 주민들이 단체로 동원돼 투표하는 식으로 형식적인 선거를 마친 후 지역 축제를 벌이곤 했다. 그걸 보고 배워서 그런지 몽골에 민주적 선거제도가 도입된 후에도 나를 대표할 정치인이 선출된다는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에 살면서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국민들 위한 다양한 공약을 내세워 유세를 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얻으려 노력하고, 유권자들은 그런 정치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투표를 통해 그들의 실책과 성과에 대해 심판을 하거나 보상을 해주는 것을 보게 되어 너무나 좋았다. 늘 선거 때가 되면 나도 한번쯤 투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하지만 외국인 신분이어서 한국 유권자 권리가 없다.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선거를 할 수가 있다.

주변에 사는 이주민들이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보면 ‘아 이제 이 분은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겠구나, 부럽다’란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외국에 산다고 해도 몽골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몽골의 선거에 투표할 의무와 권리가 있지만 이미 고향 떠나 온지 오래 돼 정치인들에 대해 잘 모르고, 내가 그 사회에 속해 있지 않아 어떤 공약이 몽골 국민들에게 바람직한 정책이 될지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한 표를 행사하기 조심스럽다. 그 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에서 내가 원하는 정치인이 나를 위해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나의 한 표로 응원할 수 있다는 기회 자체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이주여성들이 정치 활동을 펼치기 시작해 더욱 관심이 간다. 비례대표로 이주민 출신 도의원과 국회의원이 탄생됐다. 이것을 보고 나뿐 아니라 많은 이주민들이 선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이주민이 한국 정치에 참여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잘 이해해 이주민을 위한 많은 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와 함께 나도 이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 활동을 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특히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주민의 선거 참여가 점차 늘고 있고, 정치적인 활동에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지만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영주권자는 영주권 취득 2년 후부터 지방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2014년에 있었던 지방 선거에 투표 할 수 있게 돼 선거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던 투표용지가 오지를 않아서 선거를 못했다. 알고 보니 2012년에 영주권을 받았지만 날짜로 계산하면 선거 날 2일 후에 만 2년이 되기 때문에 선거 참여가 불가능했다. 너무 크게 기대를 했기 때문에 마음이 괴로웠다. 할 수 없이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2018년이 오기를 희망하며, 그때까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어떤 정책이 올바른 것인지 고민해 그에 맞는 후보를 제대로 고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올해는 국회 선거가 있다. 물론 영주권자인 나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그렇지만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끄는 정치인들의 활동이 또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한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왜 이리 관심이 가고 투표에 참여하고 싶은 것일까. 나의 한 표가 올바른 사회와 더 좋은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민주적 선거제도 자체가 나를 들뜨게 하는 것이리라.

막사르자의 온드라흐 서울시 외국인부시장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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