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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 같은 세균 감염, 수액ㆍ약물 오염사고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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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 같은 세균 감염, 수액ㆍ약물 오염사고 가능성 커”

입력
2017.12.18 1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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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는 세균 감염만으로도 사망

패혈증 땐 동시다발 사망할 수도”

의료진ㆍ가족 접촉 원인 가능성

감염 경로 추가 조사 필요

면역 반응 없어 비 감염병 거론도

괴사성 장염ㆍ투약 오류 등 제기”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 한 가운데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 한 가운데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inliner@hankookilbo.com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진 사고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의 검사 결과 사망 신생아 3명 모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됨에 따라 세균 감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균은 미숙아처럼 면역저하자에게는 호흡기 비뇨기 혈액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특정 세균이 발견됐다고 해서 감염에 의한 사망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일부 감염 분야 전문가들은 세균 감염만으로도 미숙아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한다.

특히 집단 세균감염은 수액 주사나 약물, 의료기기가 경로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한 신생아들이 같은 균에 오염됐다면 수액이나 약물이 오염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며 “같은 균에 오염돼 패혈증(미생물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이 발생했으면 동시 다발적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교수도 “약물, 수액 등 사망한 신생아들에게 침습(侵襲)이 가해진 곳이 오염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면서 “미숙아에 중증 환자였기에 성인과 달리 감염 과정이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9월 날파리가 들어간 채 납품된 수액 세트를 그대로 사용했다가 발견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병원 측은 “이물질 발견 사고 이후 수액 세트 납품 업체를 성원메디칼에서 백톤디킨슨코리아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신생아들에게 사용된 수액 세트나 약물 등 의약품, 의료기기 등은 일단 경찰이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요청한 상황이다.

의료진이나 가족 등의 신체적 접촉에 의해 감염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통상 감염된 환자나 보균자와 접촉을 통해 감염이 되며, 출산 시 모체(母體)를 통한 수직 감염 사례도 있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다만 정확한 감염 경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홍정익 질본 위기대응총괄과장은 “감염이 되는 경우는 원인균에 감염돼 멀쩡하던 환자가 아프게 되는 경우와, 환자가 아픈 상태에서 면역력이 취약해져 감염이 되는 경우 두 가지”라면서 “신생아 4명 모두 면역력에 취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경우였는지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생아의 면역력이 너무 낮아졌거나 심각한 기저(基底) 질환이 있었던 상태라면 평상시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세균 또는 바이러스가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건강한 성인 중에서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을 장 내에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감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사망 신생아 3명의 혈액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해서 감염이 사망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미숙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체가 일단 세균 등에 감염되면 각종 이상 증세 등 면역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홍정익 과장은 “감염병은 사람의 면역 상태에 따라 반응 정도가 다르다”며 “사람마다 증상의 경중이 다르기 때문에 감염병으로 인한 동시 사망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감염병으로 보이는 증거(세균 관찰)와 감염병으로 보기 어려운 증거(동시 사망, 사망 전 면역 반응이 보고되지 않은 점)가 모두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감염병이 아닌 사망 원인으로는 ▦괴사성 장염 ▦투약 오류 ▦인공호흡기나 인큐베이터 등 기기 이상 ▦온도 조절 실패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날 국과수가 신생아 4명 모두 소장과 대장에 가스가 차 팽창한 소견이 육안으로 관찰됐다고 밝혀 신생아들이 모두 '괴사성 장염'에 걸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장염이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유성호 교수는 "가스가 찼다는 것은 장염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패혈증 때문에 장이 부풀어 올랐다는 증거도 될 수 있다"며 "조직 검사를 실시해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 원인이 무엇이든 이대목동병원은 관리 소홀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신생아 4명의 유족 측은 병원이 대처에 소홀한 것은 물론, 환아 보호자들에게도 제대로 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항의하고 있다. 신생아들의 배가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는 이들 주장에 대해 병원 측은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장 등 의료진이 사고 당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회진을 했으나 이상 신호를 알아 채지 못한 것도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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