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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포커스] ‘슈스케’ 우승 김영근 “건설현장 나가보려고요”

입력
2016.12.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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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016'의 우승 뒤 고향인 경남 함양군을 찾아 "건강음료를 들고 응원해 준 주민 분들께 인사를 다녔다"고 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김영근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016'의 우승 뒤 고향인 경남 함양군을 찾아 "건강음료를 들고 응원해 준 주민 분들께 인사를 다녔다"고 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노래 준비해주세요.” 경남 함양군 옥동마을에서 자란 김영근(20)은 지난 7월 말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016’ 예선 합격 전화를 받았다. ‘슈퍼스타K3’(2011)부터 ‘슈퍼스타K7’(2015)까지 5년 연속 예선에서 떨어진 뒤 찾아온 행운이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열 두 살 많은 친형의 자동차 정비소에 들어가려 했다는 그는 5전6기 끝에 ‘슈퍼스타K 2016’에서 지난 8일 우승했다. 지리산 인근 조용했던 작은 마을에서는 난리가 났다. 마을 초입에는 ‘지리산 소년 김영근 스타 탄생’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3개나 걸렸다. 함양군수까지 나서서 그를 반겼다.

건설현장서 일하다 합격 전화… 우승 후에도 친구 옷 빌려 입어

올해 한 편의 ‘인간극장’을 만들어낸 ‘오디션 스타’ 김영근을 만났다. 주위에서의 환호와 달리 정작 김영근은 우승 직후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고향에서 짧은 휴가를 마치고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그는 친구 코트를 빌려 입고 왔다고 했다. 사진 촬영 때 입을 옷이 변변치 않아서다. 김영근은 “인력(일용직)을 더 뛸까 싶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모아 둔 돈을 다 써 당장 월세 등 생활비가 필요해서”란다. 김영근은 인천 부평역 인근에 월세 35만원짜리 집에서 지인과 살며 집세를 나눠 내고 있다. ‘슈퍼스타K 2016’ 우승 상금 5억원은 내달 중순에나 손에 쥘 수 있어, 그 전에 생활비라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영근은 “벽돌을 나르는, 쇠로 된 장비를 어깨에 메다 등 살점이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일을 하다 다친 적이 있는데도 다시 건설 현장을 떠올린 걸 보니, 김영근은 일용직에 제법 익숙해진 눈치였다.

“잘 생긴 친구들이나 기획사에 도전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음악적 재능은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았다. 김영근은 꽹과리를 치며 풍물패를 이끄는 상쇠였던 어머니를 따라 다니며 거리에서 음악을 익혔다. 여섯 살 때 일이다. 가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수련회를 갔다 온 뒤다. 가수 에반의 ‘울어도 괜찮아’를 불렀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이 다 잘한다고 칭찬해 용기를 얻었다.

숫기 없던 산골 소년은 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대형 기획사인 SM엔테테인먼트는 물론이고 작은 음반 기획사 오디션의 꿈도 꾸지 못했다. 김영근은 “잘 생긴 친구들이나 도전해볼 수 있는 거라 생각해 (기획사 오디션은)시도도 안 해 봤다”고 말했다. 그가 ‘슈퍼스타K’에 6년 동안 목을 맨 이유다.

김영근의 수상 이력은 “(함양군에서 열리는)물레방아축제”에서 상을 탄 게 전부다. 가수의 꿈을 펼치기 위해 그는 지난해 짐을 싸 서울로 올라왔다. 명지전문대에서 운영하는 콘서바토리 과정을 1년 동안 밟은 뒤, 집 값이 상대적으로 싼 인천 부평구로 거처를 옮겼다. 쌀을 제때 사지 못할 정도로 고생했던 아들을 지켜본 김영근의 아버지에게는 ‘슈퍼스타K 2016’ 예선 합격 소식도 반갑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2차 예선 통과 소식을 듣고 난 뒤에도 안타까운 마음에 “(밥벌이를 위해)트로트 가수가 되는 건 어떠냐”고 했다. ‘지리산 소년’의 고된 타향살이의 유일한 즐거움은 거리에서 공연하는 ‘버스킹’이었다. 김영근은 “2차 예선 통과하고 난 후에도 홍익대와 신촌 인근에서 버스킹을 했다”며 “일주일에 다섯 번을 나간 적도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부끄럽지 않았냐고요? 노래 하고 싶은데 사람들한테 어떻게 들려줘야 할지 몰라 그냥 거리로 나갔어요. 집에 있는 거 보단 낫잖아요. 한 사람도 듣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재미있었죠.”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016' 우승자인 김영근은 엉뚱하다. 헌 옷을 파는 동묘에서 옷을 사는 게 취미다. 우승 후에도 한 번 들렀다. 은색 목걸이도 즐겨 착용했는데, 그건 우승 후 팬에게 선물로 줬다. 최재명 인턴기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016' 우승자인 김영근은 엉뚱하다. 헌 옷을 파는 동묘에서 옷을 사는 게 취미다. 우승 후에도 한 번 들렀다. 은색 목걸이도 즐겨 착용했는데, 그건 우승 후 팬에게 선물로 줬다. 최재명 인턴기자

“톱10 첫 무대 때 ‘내 자리 아냐’ 자책”… ‘인간극장’ 떨치는 게 숙제

김영근은 호소력 있는 깊은 목소리로 방송 내내 주목을 받으며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외모와 학벌 등 딱히 내세울 것 없이 어려운 가정 환경을 딛고 노래 실력만으로 시청자의 귀를 사로 잡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방송 내내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김영근은 ‘톱10’이 결정된 뒤 생방송 무대에서 음정이 불안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폭발력 있는 고음을 바탕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이지은보다 ‘노래 실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눈총도 받았다. 김영근은 “톱10 첫 무대를 준비할 때 다른 지원자들의 노래를 듣고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란 불안감에 힘들었다”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고충을 털어놨다. 지난 1년 동안 힙합 음악을 하는 팀에서 활동하며 리듬앤블루스(R&B)를 주로 불렀다는 그는 “무대를 거듭하면서 내가 어떤 음악(발라드)을 해야 하는 지 방향을 잡게 됐다”며 의미를 두기도 했다.

화려한 오디션은 끝났다. ‘제2의 허각’으로 오디션 스타가 된 김영근의 숙제는 ‘인생 드라마’ 대신 목소리로 우뚝 서는 것이다. 김영근은 우승 상금을 받으면 버스킹 장비를 사고 홍익대 인근에 전세 집을 마련해 다시 거리로 나갈 계획이다.

“김광석님하면 ‘포크 음악’ 같이 딱 떠오르는 이미지와 목소리가 있잖아요. 여든이 돼서도 노래하는 게 제 꿈인데, 저도 그 때가 되면 누군가에게 김영근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소리가 남았으면 좋겠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일흔이 넘은 가수 김도향은 자신의 노래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김영근이 '슈퍼스타K 2016'에서 부르는 모습을 보고 난 뒤 김영근을 “도사 같다”고 평가했다. Mnet 제공
일흔이 넘은 가수 김도향은 자신의 노래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김영근이 '슈퍼스타K 2016'에서 부르는 모습을 보고 난 뒤 김영근을 “도사 같다”고 평가했다. M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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