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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시리아가 치르는 두 개의 전쟁

입력
2015.11.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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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자신이 시리아에서 이날 한국에 도착한 난민이라고 밝힌 여성이 남성, 아이 셋과 함께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내 입국심사장 인근에 앉아 대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자신이 시리아에서 이날 한국에 도착한 난민이라고 밝힌 여성이 남성, 아이 셋과 함께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내 입국심사장 인근에 앉아 대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시리아는 두 개의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하나는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와 자유시리아군 같은 반군 간의 전쟁이다. 이는 오직 외교적 해결책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정확히는 세계 여러 강대국들과 지역의 관련 국가들을 포함한 빈의 평화회담이 목표로 하는 해결책이다. 둘째는 이슬람국가(IS) 때문에 벌어지는 전쟁인데 이건 매우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IS의 전쟁은 한편으로는 내전이기도 하다.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내전인 동시에 수니파 내부의 내전이다. 그리고 이건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싸움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의 야만적인 행동은 말할 것도 없고)베이루트와 파리에서 IS 테러리스트가 한 잔인한 공격으로 인해 IS 지도자들과 타협은 물론 대화도 해선 안 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모든 문명사회들의 근본적인 규범과 충돌하는 광신적 사고와 악랄한 행위의 단체와는 어떤 정치적, 외교적 또는 영토적 협의도 정당화될 수 없다.

틀림없이 이런 싸움에선 외교가 필요할 것이다. 전쟁이 종종 외교의 요소인 것처럼 외교도 때때로 전쟁의 요소가 될 수 있다. IS에 맞선 전쟁에서 이들을 완전히 소탕하려는 국가들이 연합하도록 자극하기 위해 외교는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전쟁터에서 벌어져야 한다.

IS는 세계 어디서든 정당한 역할을 할 수 없다. 모든 관련국들은 이에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 IS의 목표를 분석하려는 사람은, 특히 그가 중동 지역에 있고 예를 들어 IS의 방법론이 아니라 반시아파 목표를 돕기 위해 분석하는 사람은 이 싸움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말을 바꿔서 하면 국가들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와 함께하거나 아니면 테러리스트들과 함께하거나.

단지 공동전선의 문제가 아니다.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들이 수니파를 충분히 원조하지 않아서 IS가 생겨났다고 비난하려는 것만큼이나 이것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서투르고 무모하기까지 한 이라크 시아파 지도부의 고위직에는 넬슨 만델라 같은 사람이 분명히 없었다. 만약 IS가 단순히 시아파의 지배에 대항한 수니파 투쟁의 수단이었다면 갈등이 시아파 거주 지역을 훨씬 넘어서까지 확장되진 않았을 것이다.

아랍의 봄, 그리고 그것이 부채질한 혼란과 폭력은 이스라엘이 그 지역의 모든 문제에 대해 비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와 마찬가지로 빈약한 시아파의 통치와 투쟁하지 않는 지역까지 IS가 침투했으니 누군가는 수니파 정권 국가들이 책임지길 바랄 것이다. 어쨌든 IS는 대체로 극단적이고 부패한 형태의 와하비즘(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원한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 즉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페르시아만 지역 왕조가 받아들인 초보수적인 수니파에 자극 받아 생긴 거니까.

고의적이든 아니든 IS의 잔인한 움직임이 퍼져나가도록 도움을 준 수니파 이슬람 세계가 이에 대해 더욱 단호하게 행동을 취할 때가 됐다. 그러니 사우디아라비아는 IS 대신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을 공격하기로 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어떤 나라도 IS에 대한 전쟁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특히 IS를 추동한 급진주의가 생기는 데 도움을 준 전통이 있는 중동의 부유한 강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사드 대통령과 반대파가 치르는 내전의 경우, 빈 회담은 신중하지만 사태를 낙관하게 만든다. 빈 회담은 시리아 분쟁이 끝나는 시작점이 아니다. 윈스턴 처칠의 말을 바꿔서 하면 시작이 끝나는 지점도 아니다. 그러나 이 대립 상황을 해결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외교적 접근을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부터 터키,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필요한 국가들이 이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회담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그 노력을 비판적으로 보기엔 너무 이르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우려를 강조할 필요는 있다.

시리아 상황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은 이 회담에서 선거라는 목표를 이끌어 낸 것을 칭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목표여서는 안 된다. 시리아에는 너무 소수라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수많은 집단들이 있다. 그래서 정치적 합의, 소수자 권리 보호 기관 같은 다른 방법들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첫 번째 축은 다수결이지만, 두 번째 축인 소수자 권리 보호를 하지 않는다면 공허하거나 불안정해질 것이다.

분쟁 해결 과정을 시리아가 주도해야 한다는 몇몇 관련국들의 성명 역시 우려할만하다. 그것이 좋은 생각인 건 맞지만 그다지 이점이 많지는 않다. 지난 4년간 시리아의 정당들의 행동을 보면 그들에게는 평화로 나아가는 절차를 주도할 만한 자질이 전혀 없다.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많은 나라들이 과거의 위기가 던져준 교훈을 잊어버리곤 한다. 이 달은 보스니아 내전에 마침표를 찍은 데이턴 협약 서명 20주년이다. 민간인이 부적절하게 표적이 됐던 잔인한 분쟁을 종결시킨 그 기념비적인 행동은 두 단계의 절차를 거쳐 결실을 봤다. 먼저 국제적인 ‘연락 그룹’(contact group)이 평화를 위한 틀에 동의했다. 그리고 나서 분쟁에 직접 관련된 당사자들이 틀 안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말만 번드르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수십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부상 입히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게 만든 분쟁에 관여해온 사람들은 자존심 상했다고 문제의 초점을 흐릴 게 아니라 이 대혼란을 끝내기 위해 뭘 해야 할지 결정해야만 한다. 아마도 그런 뒤에야 모두가 IS를 완전히 진압하는 데 관심 갖게 될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 학장ㆍ국무부 전 차관보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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