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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택배 도둑 된 ‘부동산 총각’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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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택배 도둑 된 ‘부동산 총각’ 구속

입력
2017.03.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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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에 적어뒀던 현관 비밀번호로 들락날락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5월부터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중개보조 업무를 맡아 일했던 오모(30)씨는 지난해 5월, 시원찮은 벌이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 염증을 느껴 일을 그만뒀다.

그 뒤 별다른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시간은 남아돌고 돈은 바닥나자, 오씨는 부동산 계약을 위해 오피스텔과 다세대원룸의 현관 비밀번호를 적어둔 ‘업무용 수첩’을 꺼내 들고 매일같이 드나들던 ‘일터’로 다시 향했다. 목적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건물 복도에 놓인 택배 상자를 훔칠 심산이었다. 낮 시간에 집을 비우는 1인 가구 거주자 대부분이 택배 기사에게 주로 “상품을 문 앞에 놓아달라”고 요청한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여전히 그를 ‘부동산 총각’이라 여긴 관리인이나 이웃 주민들은 마주쳐도 별다른 의심 없이 대했다. 처음엔 택배 상자를 통째로 훔쳐 들고 나오던 오씨는, 점차 범행에 자신감이 붙자 문구용 칼과 가방을 동원해 상자를 뜯어 물건만 꺼내 가방에 담아오기 시작했다. 오리고기나 등산복, 영양제 등 자신이 직접 쓸 물건 외에도 원피스나 레깅스, 요가바지 등 여성용 의류까지 막무가내로 거둬들였다.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20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오씨는 결국 피해자 신고를 받고 잠복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15일 오씨를 상습절도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가 훔친 물건을 직접 사용하거나 지인에게 선물로 주기만 했다고 진술했지만, 물건 일부를 팔아 넘겼을 것으로 보고 장물업자 등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수법은 단순하나, 발상이 섬뜩하다”며 강력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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