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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공연서 눈물 훔친 팝스타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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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공연서 눈물 훔친 팝스타 로드

입력
2017.08.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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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가수 로드가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에서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아츠 페스티벌에서 노래하고 있다. 그는 한국 관객의 호응에 "너무 사랑스럽다"고 거듭 말하며 고마워했다. 지산 밸리록 뮤직 아츠 페스티벌 제공
뉴질랜드 가수 로드가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에서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아츠 페스티벌에서 노래하고 있다. 그는 한국 관객의 호응에 "너무 사랑스럽다"고 거듭 말하며 고마워했다. 지산 밸리록 뮤직 아츠 페스티벌 제공

“외로운 시간들이 귀중하게 느껴져” 감격한 로드

“여러분이 노래를 따라 해줘 (나의) 외로운 시간들이 귀중하게 느껴지네요.”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에서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앉은 뉴질랜드 가수 로드(엘라 마리아 라니 일리치 오코너ㆍ21)는 울먹이며 한국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가 낸 새 앨범 ‘멜로드라마’ 수록곡인 ‘소버’를 관객들이 따라 부르는 걸 듣고 놀란 눈치였다.

로드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혼자가 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지금 그 타이밍에 한국의 멋진 무대에서 그런 감정들이 담긴 노래를 부르게 돼서 행복하다”며 웃었다.

로드는 연인과 헤어진 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로 ‘멜로드라마’를 채웠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노래들이 청취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로드는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에서 “(청취자들이) 심장에 지도를 그리듯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해서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뉴질랜드 가수 로드는 우울한 노래와 달리 무대 밖에선 흥이 넘쳤다. 로드가 한국 관객들을 위해 손가락 하트를 한 채 웃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뉴질랜드 가수 로드는 우울한 노래와 달리 무대 밖에선 흥이 넘쳤다. 로드가 한국 관객들을 위해 손가락 하트를 한 채 웃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영ㆍ미 음악 시장 흔든 염세적인 팝스타… 여느 청춘 가수와 다른 음악

사춘기 소녀 같지만 로드는 영ㆍ미권 음악 시장을 주름잡는 팝스타다. 등장부터 화려했다. 로드는 2013년에 낸 1집 ‘퓨어 히로인’에 실린 노래 ‘로열스’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9주간 1위를 차지했다. 여세를 몰아 이듬해엔 그래미어워즈에서 4대 본상 중 하나인 ‘올해의 노래’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 가수로는 역대 최연소 본상 수상이었다.

독특한 음악의 덕이 컸다. 로드의 음악은 노랫말은 염세적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비트가 강한 전자음악 요소가 가미돼 우울함과 흥겨움을 동시에 줬다. 허스키하면서 퇴폐적인 목소리의 개성이 특히 돋보인다. 로드는 가수로서 목소리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로드는 “목소리는 내게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의미를 뒀다.

로드는 사색적인 가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로열스’에서 “우린 결코 왕족이 될 수 없어. 우리에겐 (왕족의) 피가 흐르지 않거든”이라며 물질 만능주의로 인한 계급 사회를 비꼰다. “남들이 부러워할 우편번호도 없는 가난한 동네의 내 집 주소가 자랑스럽지 않아”라며 솔직하게 자신의 현실을 노래하는 가사는 여느 10대 가수와는 분명 달랐다.

로드는 ‘로열스’를 열여섯 살 때 작사했다. 로드는 시인인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아 열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가 지날수록 가사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다. 로드는 “나이가 들면서 한 단어, 한 문장으로도 굉장히 섬세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로드는 뉴질랜드의 작은 항구 마을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 대형 음반사에서 다른 작곡가의 보조 일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로열스’를 낸 뒤 삶이 180도 변했다. 평범한 소녀는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음악인으로 성장했다. 로드는 데뷔 앨범 발매 후 4년 만에 낸 ‘멜로드라마’에서 자신을 “짐짝”(‘라이어빌러티’)이라 표현하고 “매일 밤 살고 죽는다”(‘퍼펙트 플레이스’)고 노래한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따른 혼란 탓 일까. 로드는 “매해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청춘의 성장통도 음악에 스며들었다. 로드는 “열 여섯 때까진 굉장히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며 “지금의 난 조금 더 (욕심을) 내려놓고 매일 음악을 만들며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보내고 있다”고 자신의 심경 변화를 들려줬다. 공연을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일이 “작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팝스타는 장난기를 숨기지 못했다. 로드는 “여행을 많이 하면서 흰머리가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는 농담도 보탰다.

뉴질랜드 가수 로드는 첫 내한 무대에서 한국 관객들의 성원에 울컥하기도 했다. 지산 밸리록 뮤직 아츠 페스티벌 제공
뉴질랜드 가수 로드는 첫 내한 무대에서 한국 관객들의 성원에 울컥하기도 했다. 지산 밸리록 뮤직 아츠 페스티벌 제공

공옥진 방불케 하는 전위적인 몸짓

로드의 무대는 자유분방했다. 그는 영화 ‘트레인스포팅’ O.S.T로도 유명한 브라이언 이노의 전자 음악 ‘딥 블루 데이’에 맞춰 팔을 휘저으며 등장했다. 로드는 곡을 부를 때 팔 동작을 지휘하듯 리듬을 타는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때론 한국무용가 고 공옥진의 ‘병신춤’이 떠오를 정도로 전위적인 느낌도 든다. 자신의 춤에 대해 로드는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이번 앨범(‘멜로드라마’)에서는 점프하고 춤을 출 수 있는 곡이 많아서 좋다”고 했다. 로드는 새 앨범에 실린 ‘그린라이트’를 마지막 곡으로 선보이며 록 공연을 연상케 할 정도로 방방 뛰며 무대를 마쳤다.

로드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K팝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친구 덕에 자연스럽게 K팝의 팬이 됐다. 그룹 소녀시대와 2NE1, 가수 이하이의 노래를 좋아한다. 로드는 2NE1 멤버였던 래퍼 씨엘과 친분도 있다. 그는 “씨엘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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