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적 경쟁관계에 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두고 결국 충돌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주요 현안에서 노선 차이를 드러내 보이다가도 ‘당 중심의 당ㆍ청 관계 설정’을 고리로 의기투합 해왔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불발로 ‘비박계 투 톱’ 사이에 틈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 청와대의 여당 장악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한 여야 협상 막판 “더 이상 양보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의원총회 표결로 야당과의 최종 협상안 추인 여부를 결론 낸 뒤 협상의 불씨를 살리려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결국 김 대표의 결심에 따라 여야 협상은 결렬됐고,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도 무산됐다.
김 대표는 “여야 당 대표의 합의가 변형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양당 대표가 지난 2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합의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문구를 관련 안건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본회의가 결국 무산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김 대표가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해 판을 깬 것이라는 보는 시각이 많다. 복수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의총에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두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개혁안을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쪽이었다”며 “표면적으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명기 문제로 어긋난 것으로 보이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킨 이번 여야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청와대의 기류를 김 대표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총 표결을 포기한 유 원내대표도 “김 대표가 당 화합이나 청와대와의 관계를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투톱이 사실상 갈라선 양상은 앞서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투톱이 보조를 맞추던 상황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투톱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난한 대야 협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를 현실화시켜 냈는데도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키며 협상 결과를 폄훼했다는 판단으로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한 목소리로 맞섰다. 김 대표는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청와대도) 협상 진행 과정을 다 알고 있었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표출했고 유 원내대표도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와 충분히 교감했는데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나중에) 이를 청와대와 따져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투톱의 보조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해 야당ㆍ공무원단체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협상 상황을 청와대도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 뒤늦게 ‘월권’ 운운한 것에 대해 서운함과 불쾌함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투톱이 갈 길을 달리하면서 새누리당은 사분오열로 갈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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