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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숙제’ 마감시한 다가오는데…대기업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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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숙제’ 마감시한 다가오는데…대기업들 망연자실

입력
2017.12.16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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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자발적 재벌 개혁안 내라”

金 공정위원장 6월ㆍ11월 면담서 요구

“주총 규정 개정 정도론 안될 분위기

주문이 불명확해 당혹” 재계 전전긍긍

삼성, 현대차는 구체적 움직임 없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새정부의 공정경쟁 정책방향과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새정부의 공정경쟁 정책방향과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개혁과 관련해 “연말까지 자발적인 개혁안을 만들어달라”고 제시한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대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문제 해결 방안은 재벌이 가장 잘 안다”며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주총 규정 개정 같은 정도에 만족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 주문이 명확하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정부가 일일이 뭘 하라 지시할 경우 월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면, 애초 시한도 정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소연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4대 그룹, 11월엔 5대 그룹 경영진과 만나 자발적 개혁을 주문하며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공익재단을 전수조사하고,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실태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가장 신속하게 대응에 나선 곳은 LG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구본무 회장 등 개인 대주주들의 보유 지분이 많은 LG상사 지분 24.7%를 2,967억원에 인수해 지주사 체제 안으로 편입시켰다. 지주회사 밖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오너일가에 부당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LG는 LG상사를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이런 논란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이 “긍정적 변화의 신호를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정도여서 가장 여유롭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기존 67개였던 순환출자 고리를 13개로 줄였고,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가 보유하던 롯데지주 지분 0.66%와 0.64% 등을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는 11개까지 줄여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SK케미칼도 지난 1일 지주회사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 SK케미칼로 분할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반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처분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삼성은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포기한 뒤 자사주 매입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어 별도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겨냥한 공익재단 문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보통주 4.68%와 삼성화재 보통주 3.06%,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보통주 2.18%와 삼성물산 1.0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삼성SDI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신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할 때 200만주를 사들인 바 있다. 당시 김상조 위원장이 이끌던 경제개혁연대는 “공익법인이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지분을 인수한 것은 승계를 위한 편법이란 비난을 자초한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대해 삼성문화재단 측은 “할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깨기 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해 당장 큰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현대차그룹은 소유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보유지분(16.04%)을 지배주주가 매입해야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는데, 그 비용이 6조원대로 추산된다. 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기업을 인적 분할한 뒤 사업과 투자부문을 나눠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도 수조원대의 비용이 불가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외환위기 시절 기아차의 해외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정부 요구로 현대차가 계열사와 함께 인수에 나서다 보니, 지금의 구조가 형성된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천문학적 금액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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