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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무한 자유를 꿈꿨다... 다카르 랠리 ‘장애인 첫 완주’ 주인공 되기도

입력
2018.05.22 14:2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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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카이런’

2005년 5월, 쌍용자동차는 카이런(Kyron)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발표했다. 무쏘의 후속작이다.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게 2004년 10월이었으니, 주인이 바뀌고 첫 신차발표회였다.

카이런의 프로젝트명은 D100.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싼타페와 쏘렌토의 경쟁 모델을 자처했다. 같은 해 하반기에 C100, 액티언 출시가 예정돼 있던 쌍용차는 카이런 출시에 맞춰 1,000여 명의 영업사원을 채용하는 등 대대적인 바람몰이에 나섰다. 한강 변에는 카이런 모양의 대형 애드벌룬을 띄웠다.

세단형 크로스오버 SUV를 지향했던 카이런은 무한대를 나타내는 수학용어 ‘카이(Kai)’와 러너(Runnerㆍ주자)’의 합성어로 ‘무한질주, 무한자유, 무한성능’의 의미를 담아 이름을 정했다. 2002년에 등장한 포르쉐의 첫 SUV 카이엔과 비슷한 이름이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3열 구조의 7인승 SUV로 만들어진 카이런은 자체 개발한 3세대 커먼레일 DI 디젤엔진 ‘XDi270’에 벤츠의 5단 자동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2,700㏄ 배기량에 176마력(A/T)의 힘을 자랑했다. 초강성 프레임 구조의 차체에, 운전석ㆍ동승석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전복방지 장치인 ARP(Active Rollover Protection) 등을 적용했다.

카이런은 해외, 특히 러시아에서 주목을 끌었다. 렉스턴 반조립제품(CKD) 수출 파트너였던 러시아의 세버스탈 오토사와 5년간 8만대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는다. 3,200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계약이었다. 하지만 이 계약은 이후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제대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영국의 SUV 전문지인 ‘4×4 매거진’은 2006년 10월호에서 카이런을 중형 SUV 부문에서 최고로 평가했다. 토요타 ‘RAV4’, 혼다 ‘CR-V’, 지프 ‘체로키’, 닛산 ‘X-trail’ 등과 비교한 결과여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2009년에는 다카르랠리에 카이런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스페인에서 이 차를 몰고 참가한 이시드레 에스테베(Isidre Esteve)는 장애인이었지만 당당히 완주차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다카르 랠리 역사상 첫 장애인 완주자로 기록됐다.

카이런은 출시 3일 만에 5,000대가 넘는 계약 실적을 거뒀으나 그 열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경유 가격 인상이 직격탄이었다. 2.0ℓ급 SUV보다 가격, 연비 면에서 불리했던 것. 2001년 644.58원이었던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2004년 907.93원까지 올랐고 2005년에 1,079.73원으로 처음으로 ℓ당 1,000원을 넘어섰다.

어색한 디자인 탓도 컸다.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의 켄그린리 교수가 디자인을 맡았던 무쏘에 비해 카이런은 디자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외환위기(IMF)와 부도과정을 거치며 쌍용차의 신차 개발 능력이 크게 낮아졌을 때 이 차가 개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차는 쌍용차 재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 카이런의 성공은 더더욱 요원해지고 말았다. 무쏘를 단종하지 말고 조금씩 손봐가며 계속 판매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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