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자수냐 체포냐" 법조계 엇갈린 해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자수냐 체포냐" 법조계 엇갈린 해석

입력
2015.12.11 04:40
0 0

"스스로 걸어 나갔으니 자진출두"

"경찰이 대기하다 신병 확보해 체포"

자진출석 의사를 밝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도법 스님과 함께 나오고 있다. 뉴시스
자진출석 의사를 밝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도법 스님과 함께 나오고 있다. 뉴시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자수한 것일까, 체포된 것일까. 그는 10일 경찰에 출석의사를 밝힌 뒤 변호사를 대동한 채 스스로 조계사 밖으로 나왔다. 이후 경찰은 체포영장을 집행, 그를 호송차에 태워 경찰서로 압송했다. 이 과정이 자수인지 체포인지를 두고 법조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자수가 인정되면 당장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 발부나 양형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형법 52조는 자수하면 형을 감면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자수란 입장이다. 경찰이 전날 (체포)영장으로 한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작업을 중단했고, 이날 한 위원장이 변호사를 대동한 게 자진 출석이란 것이다. 그는 대법원 판례상 ‘범행이 발각된 이후에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해 범죄사실을 자백한 경우’도 자수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민변의 김지미 변호사도 “체포는 강제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한 위원장이 스스로 걸어 조계사 밖으로 나갔으니 자진출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경찰서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그대로 한 점도 자수로 볼 여지가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찰은 한 위원장이 자진출두가 아닌 자진퇴거를 했고, 이에 따라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인 만큼 자수가 아닌 체포란 입장이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체포를 유예한 것인데 이를 자수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원도 대체로 한 위원장이 체포된 것이란 법률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경법원의 한 형사단독 판사는 “경찰이 피고인이 은신한 곳에 진입해 체포하려던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나온 것은 자수가 아니며, 수사기관에 본인이 나간다는 ‘자진 출두’로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양형에 고려할 기준도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경법원의 다른 부장 판사도 “경찰이 밖에서 대기하다가 신병을 확보한 것이어서, 소재 불명이거나 범인을 모르던 상황에서 수사기관에 연락하거나 찾는 ‘자수’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 위원장은 재판에 출석을 불응하다가 경찰로 간 것이어서 자진 퇴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상익 변호사도 “이미 발부된 체포영장을 경찰이 집행하려던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도피하고 있다가 한참 뒤에 경찰서로 간 게 자진출두 또는 자수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은 성당이든 절이든 치외법권 지역 없이 정당하게 체포 의무를 바로 이행했어야 했는데 늦췄던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