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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서민 휴양지’ 부곡하와이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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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서민 휴양지’ 부곡하와이 추억 속으로

입력
2017.05.2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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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신혼여행ㆍ수학여행지 인기

인근 대형 워터파크 생기며 위기

이사 2명 비리 사퇴 몰락 부채질

새 주인 만나 회생할지 관심

38년간 국민휴양지로 각광 받아 온 경남 창녕군 부곡온천 관광특구 내 종합휴양시설 부곡하와이가 28일을 끝으로 폐업했다.부곡하와이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폐업 안내문. 부곡하와이 홈페이지 캡처
38년간 국민휴양지로 각광 받아 온 경남 창녕군 부곡온천 관광특구 내 종합휴양시설 부곡하와이가 28일을 끝으로 폐업했다.부곡하와이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폐업 안내문. 부곡하와이 홈페이지 캡처

1980년대 온천과 워터파크, 놀이시설 등을 갖춘 국내 종합레저시설의 원조격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경남 창녕군 부곡하와이가 28일 개장 38년만에 문을 닫았다.

마지막 영업을 한 28일, 평소 휴일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던 바이킹과 회전목마, 비행의자 등 놀이시설이 있는 하와이랜드는 이용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여름 돗자리 하나 놓기 어려웠던 야외 물놀이장에도 희뿌연 먼지만 날렸다.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수천 종 열대 식물이 가득했던 식물원에도 인적이 끊겨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곡하와이를 찾은 박모(50) 씨는 “정말 저렴한 가격에 온천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가족들과 함께 자주 찾았는데 막상 폐업을 한다 하니 서운한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곡하와이는 한때 직장인들 사이에 여름 휴가 후일담으로 “(부곡)하와이를 다녀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로 국내 관광휴양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해외여행은 물론 제주도 여행마저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신혼여행지는 물론 학창시절 수학여행지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창녕군 인터넷 홈페이지 ‘부곡온천 관광특구’에도 종합휴양시설로 첫 머리에 당당히 소개될 만큼 관광객들에게 ‘부곡온천=부곡하와이’로 인식됐다. 1980년대 단일 시설 연간 이용객이 250만명에 달할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랬던 부곡하와이가 28일 영업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부곡하와이는 홈페이지를 통해 ‘38년의 추억을 간직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폐업 안내문을 내고 훗날 고객들의 깊은 사랑에 새로운 만남을 기약한다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고객들에게 감사와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개장 당시 부곡하와이는 185개 객실에 8,900여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실내ㆍ외 수영장, 대장글탕, 놀이시설, 식물원 등을 갖춘 종합 휴양시설이었다. 대인 입장료가 9,000원으로 다소 비싼 가격이었지만 입장권 하나로 실내수영장, 온천, 식물원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가격대비 만족도는 높았다.

또 국내 워터파크 등을 갖춘 놀이시설 중 유일하게 먹거리를 챙겨 입장할 수 있어 ‘서민 휴양지’로 사랑 받았고,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양시설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대공연장은 1908년대 대규모 실내 공연시설이 흔치 않던 시절 서커스쇼와 유명 가수 공연, 외국 댄스공연, 미스경남선발대회와 노래자랑 등 대형 이벤트를 잇따라 무대에 올려 이용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물 좋은 관광지'였던 부곡하와이는 1990년대 들어 인근에 대형 워터파크가 잇따라 생기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입장인원은 24만여 명으로 전성기의 10분 1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최근 3년간 적자가 100억원에 달하는 등 날로 경영이 악화하자 경영진은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부곡하와이는 달라진 여행 패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점과 경영을 맡았던 이사 2명이 비리 의혹으로 사퇴하는 등의 이유로 몰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간직한 국민 휴양지 부곡하와이가 새 주인을 만나 다시 부활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부곡하와이 노조는 공개매각과 고용승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창녕군은 “아직 부곡하와이로부터 폐업 신청서 등 정식 공문이 접수되진 않았다”면서도 “창녕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부곡하와이 폐업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녕=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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