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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Neutral Accents for World English 세계 영어는 중립 발음으로

입력
2016.12.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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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복사기나 fax기가 단말기 상품이었다면 지금은 ‘복사기+팩스기+프린트’ 등의 복합기로 발전하였다. MP3 player 같은 음악 전용기기, 무전기만한 무선전화기 그리고 camera 이 모든 기능이 smart phone 하나에 융합되어 나온다. 기계나 상품만 융합되는 게 아니다. 단일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한국에도 이제는 수백만 외국인이 거주하고 다문화 가족으로 인해 인종이나 문화도 뒤섞이는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global 관점에서 볼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영어다. 영어는 더 이상 제3국가들의 학습 언어가 아니라 프랑스나 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서도 영어는 갈수록 필수가 되고 있다. 또 다른 차원에서는 영국-미국과 기타 영어 문화권 국가 간의 발음과 어휘가 합종연횡으로 급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영국인은 호주에서 10년을 살다가 귀국했는데 자신의 발음이 영국 발음과 달라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제는 본토 발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주에서 살 때는 현지 발음이 아닌 이방인의 발음으로 들렸다고 한다. 어떤 미국인은 영국에서 7년을 살다가 돌아왔는데 그의 발음에서는 이따금 영국 발음도 아니고 미국 발음도 아닌 속된 말로 혼합 발음이 나온다고 한다. 발음만 충돌하고 융합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화적 교류에서는 맨 먼저 발음이 귀에 거슬리지만 사용하는 어휘도 함께 현지 언어와 동화를 한다. 영국인이 미국 거래처에 가서는 elevator라고 해야 하고 미국인이 영국에 가면 lift라고 해야 한다. 차 좀 태워 달라고 할 때에도 ‘Can you give me a lift?’ 대신 ‘Can you give me a ride?’라고 말하게 된다. 영국 Beatles 그룹의 노래를 들으면 처음에는 가사 전달력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특히 ‘A hard day’s night’은 현지 Liverpool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듣기 어렵다.

그러다 전 세계로 파급될 때에는 노래 발성에 신경을 써서 미국이나 글로벌 발음을 가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에는 영국 청년들이 20대 초반에 미국에 와서 20~30년을 살았을 때의 발음 변화를 보이는 자료가 있다. 종성의 L 발음을 어떻게 하고 water, city 등에서의 t 발음을 어떻게 해야 현지 발음과 동화가 되는지가 나타나 있다. 이들의 적응은 자신도 모르게 적당 선에서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호주인이 영국이나 미국에서 살게 된다면 그들 특유의 ‘응’(ing)발음은 meetin, goin, tryin에서 meeting, going, trying으로 바뀔 것이다. 종성의 r음에서 dinnah, ordah, supah에서 dinner, order, super처럼 바뀔 것이다. 어느 것이 좋으냐가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는 호주 특유의 발음이 다수가 아니라 소수 발음이다. 의사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세계인 누구에게나 듣기 좋은 중립 발음으로 동화될 것이다. 호주인들이 친근한 말로 ‘G’day, mate’는 다른 나라에서는 ‘Hello, friend’로, ‘How ya going?’은 ‘How’re you doing?’으로 바뀔 것이다.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 상대방의 억양에 동화되려고 하고 그래야 소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곧 청취 영역에서 듣고자 하는 영어의 억양을 흉내내면 청취가 더 잘 되는 이치와 비슷한 얘기다. 과거에는 어느 나라 영어를 배우느냐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별 영어가 뚜렷해졌고 누구나 사용하는 영어인 판국이다. 영국 미국에서도 자신들의 발음을 주장하거나 고집하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neutral accent’, ‘accentless English’ 얘기를 더 많이 꺼낸다. 중립 발음은 어느 특정 지역의 발음이 아니고 누가 들어도 듣기 쉽고 소통하기 쉽기 때문에 Global English 시대의 융합 발음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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