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대결 등 의식 신중 모드서 급변… 김무성 "통진당 장외 투쟁 막아야"
이완구 "불복은 나라 근간 무너뜨려" 야권연대 원죄론 등 몰아붙이기
새누리당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보수결집을 통한 국면 전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헌재 결정에 대한 야권의 반발 움직임과 관련해 정부 측에 강력 대응을 주문하는 동시에 야권연대 책임론을 띄우며 새정치민주연합도 압박했다. 범야권과 통진당과의 연계성을 부각시키는 일종의 이념 공세 카드로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야기된 수세 정국을 반전시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與 지도부, ‘야권연대 원죄론’으로 야권 겨냥
당 지도부는 2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통진당 해산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적극적인 공세 모드에 돌입했다. 헌재 결정 이후 사흘 동안 좌우 이념 대립 등을 의식해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통진당 해산 결정과 관련, “그 어떤 세력도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는 어떤 경우라도 법에 의해 해산된 통진당 당원들이 장외 불법투쟁을 강력한 공권력으로 막아주길 촉구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삼권분립 체제 하에서 헌재 판결에 불복한다면 헌정질서와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려 대한민국을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모습은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이완된 보수세력의 재결집을 노린 측면이 강하다. 최근 비선실세 의혹이 제기된 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지며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향한 공격의 고삐도 당겼다. 새정치연합이 ‘야권연대 원죄론’과 ‘종북숙주’ 논란 등을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김 대표는 “집권만 위해 통진당과 연대했던 새정치연합은 이제 종북과 헌법 파괴를 일삼는 낡은 진보세력과 절연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까지 공세 범위를 넓힌 것은 연말 정국 상황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야권의 약한 고리를 파고 들어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처리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내년 나라 살림살이를 뒷받침할 민생경제법안 처리시한이 1주일 밖에 안 남았다”면서 국회 정상화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野, ‘종북몰이’ 경계… 정국 살얼음판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헌재 결정에 대한 표면적인 반발은 자제하면서도 여권이 조직적인 종북 공세에 나선 것이 아니냐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원혜영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에서 “사회 전체를 종복몰이로 몰아가려는 것 아닌지 경계한다”며 “(박 대통령이) 종북몰이라는 쉬운 길을 택하는 건 독배를 들이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정국이 살얼음판의 냉기가 흐르면서 여야의 국회 정상화 협상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원내수석부대표간 실무회동에 이어 원내대표간 만남도 이어갔지만 임시국회 정상화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직후 “(정윤회 문건 관련) 검찰 수사가 끝나면 운영위를 열자는 인식에는 공감을 하는데 수사가 언제 끝날 지 확정 짓기 어려워, (논의를) 진척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측은 다만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부동산 3법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많이 좁힌 것으로 알려져 운영위 개최 여부에 대한 최종 조율만 이뤄진다면 일단 임시국회 재개의 숨통은 틀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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