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혁신도시 10년, 내일을 묻다] “다음 목표는 정주여건 갖춘 산학연 클러스터”

입력
2017.09.11 04:40
0 0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 홍인기 기자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 홍인기 기자

대담=한창만 지역사회부장 cmhan@hankookilbo.com

“참여정부 때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혁신도시를 지역혁신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비전과 목표를 세웠으나 (정권이 바뀐) 지난 10년간 세부적인 정책이 실종되면서 정상적인 목표치에 이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혁신도시 구상에 깊이 간여했던 송재호(57)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은 “국토 불균형의 시정이라는 혁신도시의 기본 취지를 살려 미흡한 부분에 대한 평가 및 이를 보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8월16일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를 주도하기 위해 빛가람혁신도시를 비롯, 전국 각지의 혁신도시 방문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송재호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과 직원들이 6일 오후 서울 한국일보 본사를 방문해 이준희 사장 등 임직원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송재호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과 직원들이 6일 오후 서울 한국일보 본사를 방문해 이준희 사장 등 임직원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2일 한국일보와 지역발전위원회가 공동개최 하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포럼’을 앞두고 6일 한국일보 본사 18층 회의실에서 송 위원장을 만나 혁신도시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조성한 혁신도시 특히 중소도시에 조성된 곳에서 지역 내 불균형과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 원도심의 인적 물적 자원이 혁신도시로 빠져 나가면서 쇠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도심과 혁신도시의 상생공존을 위한 방안은?

“혁신도시와 주변 도심 혹은 인근 도시와의 격리는 어쩌면 당연하다. 혁신도시의 입지 자체가 기존에 개발되지 않은 곳을 선택한 것이다. 경북을 예를 들면 상대적으로 개발이 진척된 포항이나 구미가 아닌 김천을 택했다.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하다 보니 혁신도시가 들어선 곳과 주변의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향후 혁신도시 시즌2를 통해 이런 격리성을 최소화하고, 구도심 혹은 농어촌 지역과 연계협력을 고려하는 정주 여건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산학연클러스터까지 염두에 둔 협력방안을 짜고 있다.“

-혁신도시 곳곳에서 이주한 공공기관 직원들과 현지 주민들간에 정서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혁신도시에 따라서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고 본다. 비교적 주민친화성이 빠른 곳을 봤더니 도시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진주, 부산 등 도시 지역에 위치한 곳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융합이 되고 있다. 반면 기존 거주지와 멀수록 지역주민들과의 커뮤니티, 공동체를 마련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도시에 이주하고 있는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주민들과 교류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인근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는 문화 복지 교류 프로그램들이 앞으로도 더 많아 질 것으로 기대한다.

혁신도시를 정주 여건을 갖춘 도시로 육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 다음에 지역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어떻게 할건지를 자연스럽게 논의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

-각종 정주 여건 부족 등으로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전율이 적은 편이다.

“인구 5만명이 목표인 한 도시의 현재 인구가 2만명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곳에 5만명 수준의 학교 병원 복지시설을 한꺼번에 입주시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시설 투자는 수요와 공급의 정책에 맞춰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주여건이 목표치에 가까워진다면 교육 및 기반 시설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감히 단언컨대 5년후에는 이런 불만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혁신도시내 공공기관과 지역대학 연구기관, 기업의 유기적인 협력의 중요성은 적지 않게논의됐다. 특히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확대는 지역 대학의 경쟁력과 결부되는 만큼 협업 상생이 중요하다.

“우선 지역 대학과 공공기관 혹은 공기업간 트랙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혁신도시에 입주한 특정 공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커리큘럼을 지역 대학에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이 과정을 이수한 학생을 채용하는 식이다. 공공기관 역시 같은 내용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이른바 맞춤형 교육을 통해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원하는 학생을 배출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정 비율을 지역 인재로 선발하는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되리라 본다.

지금은 공공기관이 이전해서 안착하는 시기로, 현재 90% 가량 진척됐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혁신도시 시즌2에서는 대학, 산업, 자치단체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이른바 클러스터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혁신도시와 해당 지자체, 공공기관을 아우르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어 일관된 정책과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혁신도시에는 통상 5,6개의 정부부처가 관여해 의견 조정에 나서고 있는데 상호 조정이 미흡했던 점이 분명히 있다. 앞으로 지역발전위원회가 혁신도시의 가지를 조정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역에서도 각 혁신도시마다 추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은 혁신도시가 위치한 기초자치단체, 또 광역자치단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복지정책에 비중을 높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예산 배정에 인색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원 배분을 SOC등 하드웨어나 경제적 효율성 보다는, 국민복지나 사회적 가치측면, 즉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간 측면이 있다. 소프트웨어에 들어간 혜택은 구매력을 증진하고 그 구매력은 생산을 자극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경제 효과가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서 혁신도시사업 등이 진행되는 반면 수도권의 경우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지역 발전을 막는다는 역 반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서울만 놓고 보면 서울 인구 집중 현상은 완화되고 있다. 다만 수도권이 충청권까지확대되는 연담화(連擔化ㆍ중심도시의 팽창과 시가화의 확산으로 인하여 주변 중소도시의 시가지와 서로 달라붙어 거대도시가 형성되는 현상)가 심각해졌다. 교통의 편리성에 힘입은 매머드급 글로벌 경제권역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수도권 내 불균형 문제다. 서울도 강북 강남이 불균형하고, 수도권도 접경지역이라고 하는 불균형 지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국토의 불균형 지역 못지 않은 정책적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새롭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됐다. 이런 연유로지역발전위원회라는 현재 명칭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바꾸려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현행 2할 자치를 넘어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방세 징수를 크게 늘리는 조세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혁신도시는 일종의 균형발전으로 가기 위한 촉진자 개념이다. 균형발전하려면 분권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돈하고 권력을 지방에 줄 테니 지방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와 충청도는 발전전략이 다르다. 예를 들어 중국 관광객이 많은 제주도는 중국인들에게 입도세를 받고 싶어 하지만 이를 지자체의 조례로 정할 수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포괄보조 자율재량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을 대폭 지자체에 이양할 예정인 만큼, 향후 각 지자체는 혁신도시와 연계한 발전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혁신도시 혹은 모델로 삼고 있는 모습이나 해외 사례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혁신도시를 조성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기업이 혁신도시에 들어와서 투자하고 싶은 여건을 조성하면 그것을 기점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혁신도시가 성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단계에 도달하기에는 기업으로서는 리스크가 분명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공공재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정책 목표를 위한 기금을 마련, 기업의 위험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EU가 이와 유사한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시베리아 지역 발전을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행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도 참고할 만하다.“

정리=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