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현우 기자

등록 : 2018.06.13 04:40

“70년 불신 털어냈지만… 비핵화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전문가 평가]

등록 : 2018.06.13 04:40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 명시

“체제보장 장치 못 받은 북한

핵무기ㆍICBM 조기 반출

美 요구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

“고위급 회담 이른 시일 내 개최

향후 이행 로드맵 등 논의되면

비핵화 동력 이어질 것”

그래픽=김문중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정상회담 직후 공개한 공동성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양국이 70년 만에 서로 간의 불신을 털어낸 역사적 만남의 성과”라고 평가했다.하지만 초미의 관심사인 비핵화 수준과 목표, 이행절차와 관련 “과거 합의에 비해 진전된 수준의 내용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북미 양국이 이번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고위급 실무회담을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예고한 만큼, 향후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CVID 빠져 추상적 합의에 그쳐

공동성명에는 당초 기대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 대신 ‘완전한 비핵화’(CD)라고 명시하는데 그쳤다. 지난 4ㆍ27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의 내용을 그대로 준용해 딱히 차이가 없어 보인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한반도 비핵화가 쉽지 않은 과제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북미가 선언문에 담은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은 과거 9ㆍ19 공동성명, 제네바 기본합의, 판문점 선언에서도 명시됐던 수준”이라며 “이번 북미 정상회담 선언문이 그보다 더 진전된 내용을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전에 얘기했던 북한 핵무기 반출 등 비핵화 목표 시한도 합의문에서 빠졌다”면서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 내용뿐이어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정상 간 합의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 사실화하는 시간만 벌어준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이 합의문에서 체제 안전보장을 약속했지만 구체적 내용이 없어 결국 추가 협상을 해야 하는데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추가 제재를 하겠다고 말하지만 양국 정상 간 이렇게 합의문까지 도출한 상황에서 과연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판 깨지 않으려 서로 욕심 내려놔

다만 북미 정상이 애초부터 공동성명에 구체적 내용을 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반출을 원했지만 북한으로선 핵심 요구사항인 체제안전 보장 장치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은 미국이 상원에서 조약으로 만들어야 하는 등 시간이 걸리는 만큼 양국이 해당 문제는 뒤로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역사상 처음으로 만났고 포괄적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비롯한 성과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70년 동안 지속된 북미 간 불신을 종식하고 신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돼 나름의 결실을 맺었다”며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두 정상의 의지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에 결과를 내야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은 것 같다”며 “욕심을 내면 북미 정상의 합의 도출 자체가 깨지기 때문에 양측 모두 상대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두 정상 뒤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서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비핵화-전쟁포로 송환 연계 관심

이번 합의문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양국 간 횃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공동성명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후속 실무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했다”며 “향후 이행 로드맵 등이 고위급 회담에서 다시 논의되면 비핵화의 동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양국 정상 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실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7월에 2차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는 비핵화 외에 전쟁 포로와 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북미 관계개선을 위한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포함된 것”이라며 “북미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에 따른 것이겠지만 결국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유해 발굴과 전쟁 실종자 송환은 종전선언과 연관된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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