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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올림픽” “산골의 도전”… 미국 언론, 평창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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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올림픽” “산골의 도전”… 미국 언론, 평창 시각차

입력
2018.02.05 1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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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악몽같아… 베이징만 못해”

NYT “평화 촉진할 수 있는 곳”

보수ㆍ진보 상반 시각 극명한 표출

대북 프레임 경쟁에 올림픽 휘말려

미국 NBC의 북한 마식령 스키장 관련 보도. NBC 방송화면 캡쳐
미국 NBC의 북한 마식령 스키장 관련 보도. NBC 방송화면 캡쳐

9일 개막을 앞둔 평창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미국 유력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매체의 이념 성향에 따라 평창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판이하게 갈라지는 모습이다. 북핵 해법과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 내 보수와 진보 진영의 상반된 시각 차이가 올림픽 관련 보도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남남갈등’이 미국에서도 재연되는 셈이다.

미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평창 올림픽과 관련된 정반대의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3일(현지시간) WSJ는 평창으로 가는 기차 표를 구하지 못해 아예 올림픽 관람을 포기하는 외국인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창 행 고속철도가 신설됐지만 관광객들을 수용할 좌석이 턱 없이 부족하고, 영어로 제공되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 외국인들이 예매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주장이다.

WSJ는 입장권을 구입하고도, 평창 행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150달러 벌금을 물고 한국행 비행기 표를 취소한 미국인 로라 오서씨의 사례를 들었다. 그녀는 외국인을 위한 코레일의 특별기차권을 구입했지만, 설날 연휴가 껴 있어 예매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관람 경험이 있는 말레이시아 출신의 맹페이씨는 강릉에서 평창으로 이동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악몽 같았다. 베이징보다는 잘할 줄 알았는데 평창이 더 최악이다”고 성토했다.

반면 NYT는 이날 감자와 소를 키우던 무명의 산골 마을이 세 번의 도전 끝에 올림픽을 유치한 과정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으며 ‘평창 띄우기’에 나섰다.

NYT는 “평창은 한국에서 가장 낙후된 강원도, 그 중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의 한 곳으로 난관이 많았다”며 “그러나 북한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깝다는 점을 역이용해 남북 간에 평화를 촉진할 수 있는 지역으로 홍보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연초에는 ‘올해 가볼 만한 전 세계 52개 여행지’ 중 7번째로 평창을 소개하며 적극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평창을 둘러싸고 상반된 보도가 나오는 배경에 대해 미국 내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북 프레임’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5일 “트럼프 행정부가 ‘코피 작전’ 등 초강경 압박 조치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바람에 제재와 더불어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 목소리가 더욱 부각되면서, 언론에서도 간극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서 대화와 협상 등을 강조해온 미국 내 진보 진영은 평창이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NYT가 평창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내보내며 ‘평화올림픽’ 프레임을 만드는 이유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의 장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최근 WSJ가 남북 단일팀 경기를 위해 내려온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두 명의 미스터리 요원이 포함됐다는 기사를 실은 게 대표적이다. 최근 평창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가 북한 마식령 스키장을 현장 취재했다가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에게 뭇매를 맞은 것도 대북 프레임 경쟁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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