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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옥자’를 제대로 아시는 분?

입력
2016.04.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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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봉준호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목부터가 낯설다. ‘영자의 전성시대’(1975)가 서울 극장가를 장악했던 1970년대도 아닌데 ‘옥자’라니. 내용도 예사롭지 않다. 동물과 시골소녀의 우정을 다룬다고 한다. ‘마더’(2009)와 ‘설국열차’(2013) 등으로 어두운 세계관을 드러냈던 봉준호 감독이 반려동물에 대한 발랄한 영화를 찍을 리는 없다. 국내외 언론이 여러 소문을 짜깁기해 ‘괴물’(2006)과도 같은 괴수영화가 나올 것이라 예측할 만도 했다. 하지만 봉 감독이 지난해 11월 해명에 나서며 괴수영화설은 쏙 들어갔다.

“옥자라는 이름의, 사연 많은 동물과 어느 산골 소녀의 뜨거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옥자라는 동물은 무서운 괴수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옥자와 소녀를 둘러싼 미친 듯한 세상이 더 괴물 같다고 생각됩니다…”

옥자는 유전자변형 슈퍼 암퇘지이고 다국적 회사가 옥자를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모험극이 스크린을 채울 것이라는 예측 보도가 나왔으나 확인은 안 되고 있다. 틸다 스윈튼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변희봉, 윤제문 등 유명 배우들이 화면을 수놓는다는 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옥자’는 베일에 싸여있다.

영화 팬들을 의문의 늪으로 밀어 넣는 것은 ‘옥자’의 개봉 방식이다. ‘옥자’는 미국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5,000만달러(약 570억원)를 투자해서 만들어진다. 국내 특수목적법인 옥자SPC와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 플랜B가 공동제작에 나선다.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을 자체 제작해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바꿔놓고 있는 넷플릭스가 의문의 발원지다.

몇몇 국내 보도를 통해 ‘옥자’가 내년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공개된다고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영화에 대한 투자를 최근에야 시작했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주력하는 회사이니 나올만한 예측이다.

넷플릭스는 미국 극장사업자들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극장사업자들 입장에선 극장 개봉과 인터넷 공개를 동시에 진행하는 넷플릭스가 제 몫만 신경 쓰는 악덕사업자로 보일 만하다. 미국은 극장과 DVD, 케이블TV, 인터넷 등의 공개 시점을 각각 따로 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홀드백’ 제도가 아직 살아있다.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극장-IPTV 동시 개봉은 아주 먼 나라 이야기다. 극장사업자들은 극장 개봉 기간 동안 최대한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싶은데 해당 영하를 동시에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니 넷플릭스의 영업 방식이 괘심 할 따름이다. 넷플릭스가 ‘옥자’를 미국에선 부분 개봉을 추진하겠다고 밝힐 수 밖에 없는 주요 이유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아프리카 내전에 내몰린 소년병을 다룬 영화 ‘비스츠 오브 노 네이션’을 미국 31개 극장에서 개봉했으나 10만달러(약1억원)조차 벌어들이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미국과는 상황이 딴판이니 극장 개봉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여느 감독처럼 봉 감독도 극장 상영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를 디지털 방식이 아닌 필름으로 촬영했다. 정통적인 영화 만들기에 대한 향수가 진한 봉 감독이 자신의 신작이 TV나 인터넷으로 직행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진 않을 듯하다.

‘옥자’의 한국 배급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주요 투자사가 배급권까지 확보하는 한국 영화계의 관행이 작용했다. 영화가 완성되면 국내 배급대행사도 정해질 것이다. 봉준호라는 브랜드, 유명 배우들의 지명도만 따져도 배급을 마다할 국내 배급사들은 없을 듯하다. ‘옥자’를 넷플릭스에서만 공개한다는 예측은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옥자’의 미래는 안개 속이다. 내용과 공개 방식을 둘러싼 여러 억측과 전망이 나오면서 호기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국 감독 중 가장 넓고도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봉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한 현실이다. 지금 ‘옥자’가 너무 궁금하다. 혹시 ‘옥자’를 제대로 아시는 분?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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