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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여공은 짓밟힌 꽃잎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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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여공은 짓밟힌 꽃잎인가

입력
2017.07.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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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 문학

루스 배러클러프 지음ㆍ김원, 노지승 옮김

후마니타스 발행ㆍ368쪽ㆍ1만7,000원

산업 역군이자 짓밟힌 존재. ‘여공 문학은’ 페미니스트 역사학자이자 문학비평가 루스 배러클러프가 쓴 한국 여공의 계보학이다.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문학 속 여공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1989년 여름 한국에 왔을 때 만난 십대의 여공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강경애, 석정남, 장남수, 신경숙 등 여성 노동자들의 자전적 작품을 비롯해 여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분석한 저자는, 문학 속 여공의 모습이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산업화의 폭력성을 비난하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제일 처참하게 짓밟힌 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며, 이것이 필연적으로 ‘힘 없고, 희생하고, 속아 넘어가는’ 여공의 재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낭만적이고 무력한 여공 캐릭터가 남성 중심적 노동운동의 온정주의적 흐름 속에서 태어났음을 주장하는 한편, 그 저변에는 여공 혹은 여성 전반의 고통에 관한 미학적 집착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고 꼬집는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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