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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휴양림 직원 숙직은 휴식? 공짜근무 내몬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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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휴양림 직원 숙직은 휴식? 공짜근무 내몬 공공기관

입력
2018.07.27 04:40
수정
2018.07.27 10: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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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0회 이상 외박까지”

시간외근무수당 소송 첫 변론

관리소 “자정 이후 휴식,비상 대기

노동밀도 낮아 수당 줄 필요없어”

직원들 “순찰 보수 등 정상 근무

이혼^우울증에 자살 사례도 있어”

산림청 산하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운영하는 경기 가평에 있는 유명산자연휴양림 제2 산림문화휴양관 전경. 연합뉴스
산림청 산하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운영하는 경기 가평에 있는 유명산자연휴양림 제2 산림문화휴양관 전경. 연합뉴스

경남의 한 자연휴양림의 청원(請願)산림보호직원 A씨는 2004년 입사 이후 14년간 한 달에 10회 이상 외박을 했다. 최대 300여명에 달하는 투숙객 안전 관리를 위해 밤새 휴양림에서 숙직해야 해서다. 하지만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 이어진 근무에 대한 수당을 받지 못했다.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기’하는 것일 뿐 ‘근무’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 숙직한 다음날에도 정상 근무를 해야 했다. A씨는 “수만 시간의 초과근무를 공짜로 해온 것”이라며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이런 착취를 당연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산림청 산하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직원 28명은 지난 4월 회사 상대로 시간외근무수당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인당 소송 금액은 임금채권 소멸기한으로 인해 최근 3년치만 합산한 3,000만~5,000만원 정도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김한성)에 배당된 이 사건은 지난 20일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전국 40개 자연휴양림 관리를 위해 별도 채용된 청원산림보호직원들이다. 전체 83여명이 휴양림당 2, 3명씩 배치돼 일반직 공무원 한 명과 세 명이 돌아가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숙직 근무를 한다. 휴양림에는 야영과 숙박시설이 있어 24시간 내내 최소 1명 이상 직원이 상주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다.

그런데 관리소 측은 밤 12시 근무까지만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해 왔다. 자정 이후에는 정상 근무와 달리 취침과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한 준비만 요구되는 이른바 ‘감시ㆍ단속적 근무’에 해당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소송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은 “숙ㆍ일직 근무는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해 시설 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노동 밀도가 낮아 정상 근무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수당이 지급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직원들은 정상 근무와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규정상 숙직 시에도 ▦2회 이상 순찰과 점검 ▦근무일지 작성 ▦이동전화 착신 조치 등의 업무를 해야 하고, 시설 보수나 각종 민원 등이 이어져 실질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원 측 소송을 대리하는 나지선 변호사는 “대기시간에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했더라도 다음 업무를 기다리기 위한 시간인 경우 시간외근무로 인정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밝혔다.

수당뿐 아니라 비인간적인 근로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숙직 다음날에도 휴식이 보장하지 않아 한 달에 100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임명진 전국청원산림보호직 노조위원장은 “한 명이 휴가를 가게 되면 7일 연속 숙직을 할 때도 있다”며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작년에 한 동료가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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