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동포를 제물로 삼은 '필리핀의 악마'

알림

동포를 제물로 삼은 '필리핀의 악마'

입력
2015.05.22 18:52
0 0

8년전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해 후

필리핀으로 도피한 최세용 일당

한국인 여행객에 "동행하자" 유인

납치에 강도짓… 4명은 살해까지

피해자 20명 6억 넘게 뜯겨

최씨, 태국서 체포돼 송환… 재판 중

“함께 여행합시다.” 2011년 2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난 김모(54)씨에게 한 한국사람이 접근했다. 낯선 땅에서 만난 한국인이라는 반가움에 김씨는 동행을 허락했다. 이들은 하루 여행 일정을 마친 후 술잔을 주고 받으며 친분을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 잔 더 하자”는 권유에 차량에 탄 김씨는 이후 3년 이상 행방을 찾을 수 없다. 김씨는 2014년 11월 25일, 필리핀 마닐라 외곽 따이따이리잘 지역의 한 주택에서 암매장된 사체로 발견됐다.

한국인 여행객을 납치해 강도와 잔혹한 살인 행각을 벌이면서 ‘필리핀의 악마’로 악명을 떨친 최세용(48) 일당의 범행 전모가 경찰 조사로 드러났다. 필리핀 현지에서 최씨 일당에게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사람은 김씨를 포함해 총 6명에 달한다.

22일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최씨 일당의 살인 범행은 2007년부터였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사설 환전소 여직원을 흉기로 살해하고 금고 안에 있던 1억8,500만원을 들고 달아난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사건’의 주범이 이들이었다.

범행 후 필리핀으로 달아난 최씨 일당은 현지인을 포함한 12명의 납치강도단을 조직해 관광 온 한국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범죄 행각을 벌였다.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에서 ‘동행을 구합니다’라는 쪽지를 보낸 뒤 접근해 시내 외곽으로 납치한 후 한국의 가족들에게 수천 만원에 달하는 돈을 송금하도록 하는 수법이었다.

이들은 납치한 여행객의 눈을 테이프로 가리고 수갑을 채운 뒤 쇠사슬로 묶는 등 극도의 공포 상황을 조성하는 악랄함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납치한 관광객을 필리핀 현지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협박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같은 수법에 피해를 입은 한국인 관광객만 2007년부터 2011년까지 20명 가까이 됐으며, 피해 금액은 6억원이 넘었다. 이 가운데 4명은 최씨 일당으로부터 목숨을 잃었고 2명은 실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1년 9월 홍모(33)씨가 1,000만원을 강탈당한 뒤 목숨을 잃었으며 앞서 2008년에는 장모(32)씨가 2,000만원을 빼앗기고 변을 당했다. 홍씨는 아버지가 실종된 아들을 그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김씨와 함께 암매장된 채 사체로 발견돼 유족들의 아픈 가슴을 때렸다. 경찰은 “살해한 관광객을 암매장했다”는 최씨의 진술을 확보하고, ‘발굴조사팀’을 꾸려 2014년 11월 필리핀 현지에서 두 사람의 시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은 2007년 절도로 챙긴 돈 1억원을 숨겼다며 공범 안모(38)씨를 권총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경찰은 납치된 관광객 중 공군 소령 출신인 윤모(38)씨와 송모(37)씨는 각각 3,400만원과 8,000만원을 빼앗기고, 2010년 8월과 2012년 9월에 실종됐다고 밝혔다.

태국에서 체포된 최씨는 2013년 10월 한국으로 송환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행동대장 김종석은 2012년 필리핀에서 검거됐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필리핀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김성곤은 이달 13일 한국으로 인도돼 조사 중이고, 또 다른 행동대원 김모(42)씨 등 3명은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 일당이 기존에 3명의 여행객을 살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한 명을 추가로 살해한 혐의가 드러났다”며 “두 명의 실종자도 이들의 범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추가 범행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