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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본국 송환 땐 할례 위험” 라이베리아 출신 10대 난민 요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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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본국 송환 땐 할례 위험” 라이베리아 출신 10대 난민 요건 인정

입력
2017.12.17 20: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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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법원

“딸이 라이베리아로 돌아가면 살해 위협과 여성 할례(성기 절제) 등의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서북지역에 있는 라이베리아 공화국 국적인 A씨는 딸 D(15)양의 난민인정신청을 출입국관리소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여성 할례를 강요하는 전통단체 가입을 거부하다가 살해 협박을 받은 뒤 1990년쯤 본국에서 도망쳤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단체 가입을 함께 거부했던 D양의 할아버지는 단체 조직원들에게 살해됐다고 한다. 도망친 A씨는 2002년 이웃나라 가나에서 D양을 낳았고, 2012월 3월 한국에 함께 들어왔다.

A씨는 미성년자인 딸을 대리해 서울출입국관리소에 D양의 난민신청을 했다. 하지만 “A씨가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딸인 D양도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난민 불인정 결정이 내려졌다. 라이베리아로 돌아갈 경우 여성 할례를 받을 가능성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고 한다.

법무부를 상대로 한 이의신청마저 기각돼, 법원에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까지 냈지만 법원 문턱 역시 높았다. 1ㆍ2심은 난민으로 인정되기 위해선 본국에서 ‘인종, 종교, 국적, 신분, 정치적 의견’을 원인으로 박해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A씨 주장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 했다. D양 할아버지가 살해됐다는 증거가 부족한 점, 여성 할례는 사인(私人)이 행하는 범죄에 해당하는데 현재 라이베리아 정부가 이 같은 악습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여성 할례가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점도 이유로 제시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법원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여성 할례는 여성 신체에 대해 극심한 고통과 직접적 위해를 가하고,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박해에 해당한다”며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여성 할례를 당할 위험이 있다면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국가의 여성 할례 현황,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여성 할례에 노출될 구체적 위험이 있는지 등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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