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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책꽂이] 서울공대 26명 석학 한국 산업 진단... "선진국 기술 모방만 하면 경쟁력 위기"

입력
2018.04.09 2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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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과대학 지음

지식노마드 발행ㆍ559쪽ㆍ2만8,000원

▦추천사

서울대 석학들이 우리나라 산업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 책입니다. ‘창조적 축적’을 지향하는 사회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제언의 골자입니다. 이 책을 기획한 이정동 교수가 창조적 축적을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속작 ‘축적의 길’과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 시대 오피니언 리더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봐야 할 역작입니다.

유상호 한국투지증권 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상호 한국투지증권 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 제목에 수반된 두 부제가 집필 목적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기획자인 이정동 서울대 교수(산업공학과)가 공대 동료교수 26명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에서 교수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한국 제조업이 심각한 경쟁력 위기를 맞고 있다”는 공통된 진단을 내놓는다.

교육, 산학협력, 정책결정의 현장에서 교수들이 생생하게 경험한 위기의 양상들은 두 가지 원인으로 귀결된다. 하나는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고 추격하는 개발도상국 시절 전략에서 여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시장을 선도할 핵심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량건설 전문가인 고현무 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자립 기술로 처음 건설한 장대교(長大橋)로 알려진 인천대교도 실상은 전체 프로젝트 기획과 시스템 디자인은 일본, 캐나다, 영국 회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개념설계’라 불리는, 제작 과정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량이 부족하다보니 사업비의 큰 몫이 외부로 유출되고 부품ㆍ용역 선택 등 이후 공정에도 제약을 받게 됐다.

또 다른 위기 원인은 국내 산업계가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고 추격하는 개발도상국 시절 안전성장 전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기술 전공 이종호 교수가 전한 사례는 이렇다. 그가 10여 년 전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제조기술 특허를 받은 뒤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을 제안했는데 1년 넘는 설득에도 거절 당했다. 결국 이 기술은 미국 인텔에 넘어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일대 혁신을 가져왔고, 국내 기업들은 이를 좇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시장을 선도할 자세가 부족했던 셈이다.

교수들은 국내 산업계와 대비되는, 중국 제조업의 약진에 찬탄과 우려를 표명한다. 디스플레이 전공자인 이창희 교수는 “중국이 ‘액정디스플레이(LCD)에서 배워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는 세계를 제패하자’는 전략 아래 국가 차원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5,6년 뒤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정밀화학 전공 차국헌 교수는 중국 공대생들의 자신감을 목격하면서 “잘못하다간 게임을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버릴 수도 있겠다는 우려마저 든다”고 토로한다.

교수들이 한 목소리로 내놓는 해법은 개념설계 역량 확보를 통한 도약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행착오의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개념설계에 필요한 지식은 교과서, 논문, 특허 등에 명시되지 않은,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지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선진 기업들은 절대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다” “논문, 특허는 어렵게 터득한 기술을 모두가 베낄 수 있도록 공개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책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이 산업 육성을 위한 상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 한정된 자원을 핵심기술 양산에 집중 투입할 수 있는 국가적 대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교수들의 조언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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