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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등록 : 2017.07.04 15:39

[박영준 칼럼] 두 가지 평화 전략과 한미정상회담

등록 : 2017.07.04 15:39

평화론은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팽팽한 대립

양론 수렴ㆍ병행해야 한반도 안보ㆍ평화 가능

확장억제와 대화의 동시 필요성 널리 알려야

6월말, 필자가 학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평화학회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중국과 일본의 학자를 포함한 국내외 연구자들이 모여, 각국의 평화개념 및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방안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회의에서 중국 인민대학의 팡중잉 교수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부의 대외전략이 ‘화평발전’의 방향에 따라 대외적으로 평화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면서, 국내적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평화학회 대표로 참가한 요코야마 마사키 교수도 아베 정부가 ‘적극적 평화주의’의 개념 아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고,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등 국내외 안보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 정부가, 그 대외적 이미지와 별개로, 각각의 대외전략을 평화 개념과 결부해 표방한 점이 흥미로웠다.

한국은 어떨까. 사실 우리도 정부 수립 이후 대외정책을 국제평화주의의 원칙 하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천명해 왔다. 현행 헌법은 전문에서 대한민국이 ‘국제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제5조 1항에서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했다. 또 헌법 4조와 66조 3항에서는 통일정책의 원칙으로 ‘평화적 통일’을 밝히면서, 대통령이 그를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 이상으로, 대한민국이 대외관계 및 통일정책 측면에서 평화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은 여러 차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어떠한 방식으로 국제평화를 이룩하며, 남북관계에서 평화적 통일을 구현해야 할 것인가의 방법론에 관해, 우리 사회에 그간 견해의 차이가 노정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국가간 관계를 무정부 상태로 인식하는 현실주의자들은 강력한 군사력의 건설에 의해 안보위협에 대한 억제태세를 강화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차원에서 자주국방 능력 건설과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해 왔다. 다른 한편 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현실주의자들의 평화론이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고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를 주장한다. 즉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 상호 군비통제 추진과 같은 비군사적 방법이 한반도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여전히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생각하면, 한국의 대북 및 외교정책은 이분법적 대결을 넘어 현실주의적 평화론과 자유주의적 평화론의 방책을 수렴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런 양면 전략의 지속적 병행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고, 한반도 평화 구축의 계기를 포착해 가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평화의 전략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결과 발표한 한미공동선언이 의미를 갖는다. 한미 양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한반도 및 국제질서에 전례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공동인식 하에, 한국이 자주국방 노력을 경주하고, 한미동맹 차원에서는 핵 및 재래식 전력을 동원한 확장억제태세를 강화하기로 하였다. 동시에 양국 정상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해 남북간 대화가 바람직하다는 점을 선언하였다. 요컨대 한미정상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해 현실주의적 평화론과 자유주의적 평화론을 병행한 대응책을 공동선언에 담아낸 것이다.

이로써 작년 연말 이래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한국 탄핵 정국 국면에서 노정된 한미동맹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과제는 지금부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7일부터 개최될 G20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한반도 평화전략을 여타 우방국가들에게도 일관되게 설명하여 이해와 협력을 구해야 한다. 이런 외교가 한국이 운전석에 앉고 미국을 위시한 여타 우방국을 조수석에 태워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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