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력 우려” 서울광장 금지에
주최 측 반발 속 우회 전략 고민
화쟁위 “차벽 자리에 사람벽 설치”
경찰, 현장검거 위주 대응 등 검토
내달 5일로 예정인 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찰과 주최 측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집회 자체를 불허해 폭력시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경찰과 어떤 식으로든 집회를 치르겠다는 주최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경찰은 28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5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를 신청한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해 금지를 공식 통고했다. 전농이 14일 1차 집회를 주도한 단체인 만큼 2차 집회 역시 불법ㆍ폭력 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일 집회 장소의 수용 가능 인원이 7,000명에 불과해 신고 인원(1만명)을 감당하기 어려운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 같은 방침은 평화집회 중재를 자처한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제안을 거부하고 민주노총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는 등 정부의 폭력시위 엄단 기조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전농과 민주노총은 경찰 방침에 강력 반발하면서 집회 강행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29일 성명서를 통해 “경찰의 집회 원천금지는 독재시대에서나 횡행했던 것”이라며 “2차 집회 개최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농 역시 “서울광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라도 집회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경찰의 금지 통고에 맞서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집회를 여는 방안을 마련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농은 일단 경찰의 금지 통고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내지 않기로 했다. 최석환 전농 대외협력부장은 “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 (합법적으로 집회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아직 5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집회 주체나 장소를 바꿔 경찰을 압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로 이뤄진 ‘백남기 범국민대책위’도 서울경찰청에 5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광장~종로~대학로에서 7,000명이 참가하는 행진을 하겠다는 신고서를 냈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난해 2월 국민파업대회 당시 경찰은 민주노총이 신고한 도심 행진을 불허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전례를 감안한 조치”라고 말했다.
지금의 경찰과 주최 측 간 충돌을 막을 수단은 집회 허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화쟁위와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화쟁위는 전날 “차벽이 들어섰던 자리에 종교인들이 ‘사람벽’으로 평화지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폴리스라인을 대신해 종교인들이 이른바 ‘인간띠’를 만들어 평화 집회를 담보하겠다는 얘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이날 조계사를 찾아 “폭력시위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면서도 “집회 자체를 금지하거나 원천봉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로선 당일 전체 집회를 불허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경찰은 이를 감안해 2차 집회 전까지 1차 집회 당시 폭력시위 혐의자들을 최대한 검거해 불안 요소를 줄이는 한편, 5일 집회에서는 현장 검거 위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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