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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투매 러시… 시장 원리 무시한 '관제 증시' 한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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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투매 러시… 시장 원리 무시한 '관제 증시' 한계론

입력
2015.08.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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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지수 8.49%↓ 8년來 최대폭

부양책 역부족 "정부 못믿어" 실망

美증시와 서로 영향 '악순환'

실물경제 호전 어려워 비관론 우세

전문가들 "주가 더 떨어질 것" 경고

중국 증시가 24일 또 다시 폭락하며 전 세계 증시가 중국발 ‘블랙먼데이’공포에 휩싸였다. 실물경제의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인위적 부양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불씨를 만들려던 한 중국 정부의 시도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기 급등에 따른 일시적 하락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크게 기여해 온 중국의 국가주도 시장경제가 한계에 봉착해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이날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8.49%(296.84포인트)나 떨어진 3,209.91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2007년 2월27일(8.84% 폭락)이후 8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선전까지 포함하면 중국 양대 증시의 2,800여개 종목 중 무려 2,200여개 종목이 가격 제한폭(10%)까지 추락했다. 오른 종목은 단 12개에 불과했다.

올해 초 3,200선에서 출발, 지난 6월 5,100선까지 뚫으며 상승했던 상하이 지수는 이후 속절없이 하락세가 이어지며 이제 올해 상승분을 모두 토해냈다.

이날 상하이 증시의 폭락은 정부가 더 이상 증시를 부양할 힘이 없다고 판단한 개인들이 투매에 나선 게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베이징(北京)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 동안 상하이종합지수는 3,500선이 심리적인 지지선이었다”며 “지난주에 3,500선이 위협받았는데 주말에도 정부가 별다른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자 개인들이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주식을 던졌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 국무원이 23일 양로보험기금의 주식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이에 따르면 양로기금보험은 순자산 가치의 30%까지 주식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이 경우 최대 1조500억위안(약 195조원)의 매수세가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증시에 이 자금이 투입될 때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점에서 시장에선 실망감이 컸다. 사실 지난 주말 증시 주변에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시장이 기다린 소식은 없었다.

중국 증시의 폭락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며 아시아증시도 동반 추락하고 일본 증시는 2013년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24일 도쿄에서 한 남성이 심란한 모습으로 증시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증시의 폭락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며 아시아증시도 동반 추락하고 일본 증시는 2013년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24일 도쿄에서 한 남성이 심란한 모습으로 증시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그 동안 기관들을 중심으로 ‘국가대표팀’을 구성, 증시 살리기에 매진했던 중국 정부의 실탄이 사실상 바닥이 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기관들의 매도세가 확인되며 이미 ‘국가대표팀’이 떠났다는 주장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더 떨어지기 전에 팔자는 심리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전 세계 증시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더 큰 하락세를 불러 일으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지난 21일 제조업 지수 등 경기 지표 하락에 상하이 증시가 4.27% 하락하자 뒤이어 열린 같은 날 미 뉴욕 증시 다우존스지수도 3.12% 떨어졌고, 이러한 소식이 또 다시 24일 중국 증시의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단 분석이다. 특히 중국의 인위적 위안화 평가 절하는 중국 경제의 사정이 그 만큼 급박하다는 사실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국제 금융 시장에 신흥 시장 환율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의 실물 경제가 쉽게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망도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 21일 기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1,151개 중국 상장 기업 중 40%는 실적이 하락하거나 제자리에 머물렀다. 중국 31개 지방 정부 중 랴오닝(遼寧)성의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불과 2.6%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경제 성장이 계속 둔화하는데도 증시 개입에 나선 중국 정부는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24일 진단했다. CMB 인터내셔널과 KGI 증권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과 주가의 적정 가치 등을 감안하면 주가가 더 내려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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