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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코리안 15만1220명 > 뉴 코리안 9만1795명

입력
2018.03.03 0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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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귀화ㆍ국적 회복보다 이탈 많아

외국인 우수인재 특별귀화는

체육분야 등 7년간 36명 그쳐

국적은 만고불변의 존재 조건이 아니다. 더 나은 삶이라는 꿈을 찾아 국적을 바꾸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바야흐로 초글로벌 시대다. 인천국제공항 입국 심사대 앞에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지어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적은 만고불변의 존재 조건이 아니다. 더 나은 삶이라는 꿈을 찾아 국적을 바꾸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바야흐로 초글로벌 시대다. 인천국제공항 입국 심사대 앞에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지어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적을 바꾼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새로운 조국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헬조선을 떠나 ‘탈조선’한 사람과 코리안 드림을 갖고 한국을 찾아온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2일 법무부에 따르면, 귀화(한 번도 한국 국적을 가진 적 없는 사람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와 국적 회복을 통해 새로이 한국인이 된 사람은 2011년부터 2017년 8월까지 9만1,795명이었다. 반면 국적상실(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 및 국적이탈(복수국적자가 국적 선택기간 중 외국 국적을 선택)을 통해 한국을 떠난 사람은 15만 1,220명에 달했다. ‘한국이 싫어서’ 떠난 사람이 ‘한국이 좋아서’ 들어온 사람보다 약 2배 많은 셈이다. 2005~2016년 한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국적상실자)들은 새 조국으로 미국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 순이었다.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들의 출신 국가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베트남, 필리핀이 뒤를 이었다.

2011년 복수국적 허용, 실제는 원정출산·병역회피 차단 위해 제한적

한국은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복수국적이 허용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단일국적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다. 한국 국민이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한국 국적은 자동 상실되며, 어떠한 이유로도 복수 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 해외동포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복수 국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원정출산과 병역회피 등 일부 특권층의 행태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높아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출생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해외국가에서 출생했거나 국제결혼이나 해외입양 등을 통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 경우 등 비자발적 외국 국적 취득자로 제한된다. 단, 국적선택 기간인 만 22세 이전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며, 이후에도 복수국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병역면제자인 남성은 만 22세까지, 병역 의무가 있는 남성은 병역 의무 이행 후 2년 내에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 내에서는 외국여권을 사용하지 않는 등 대한민국 국적만 행사하겠다는 서약이다. 이는 대한민국 내에서는 한국 국민으로만 처우하겠다는 의미로, 반복하여 외국 여권으로 한국에 입ㆍ출국하거나 외국인등록 등으로 외국인 행세를 하면 국적선택명령을 받는다.

그림 2[저작권 한국일보] 귀화에 의한 국적취득 현황. 2017년 기준. 송정근 기자
그림 2[저작권 한국일보] 귀화에 의한 국적취득 현황. 2017년 기준. 송정근 기자

한국이 국적법 개정에도 전면적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은 원정출산과 병역기피 등 국민의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회피하려는 악용 사례들 때문이다. 고로 원정출산자와 병역기피자에게는 복수 국적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원정출산자는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할 수 없고, 반드시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며, 병역기피자는 추후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없다. 원정출산자란 국내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모(母)가 임신 후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출국, 외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출산한 사람을 말한다. 자녀의 출생을 전후하여 6개월 이상 외국 정규대학에서 수학했거나 국가나 기업, 단체의 외국 지사에 파견 명령을 받아 근무한 사람은 제외된다.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 국적을 획득하려는 사람들보다 한국 국적 대신 다른 나라 국적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 국적을 획득하려는 사람들보다 한국 국적 대신 다른 나라 국적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귀화는 거주 기간, 생계 유지 능력 등 조건 요구하지 않아

후천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 역시 제한적 경우에만 복수국적이 허용된다. 귀화에는 일반귀화, 간이귀화, 특별귀화가 있는데, 일반귀화는 5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고,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으며, 국어능력과 대한민국의 풍습에 대한 이해 등 한국 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간이귀화는 결혼이민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자(해외동포),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로서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재한 화교) 등이며, 국내 거주기간 요건만 2~3년으로 다소 완화될 뿐 일반귀화 요건과 동일하다.

특별귀화는 국가유공자 및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 등 특별공로자, 과학ㆍ경제ㆍ문화ㆍ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로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우수 외국인재) 등을 대상으로 하며, ‘모셔 오는’ 귀화자인 만큼 거주기간 및 생계유지능력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귀화자 중 복수국적이 허용되는 경우는 우수인재와 특별공로자, 결혼이민자(혼인파탄자는 제외)뿐이다. 국적을 회복한 외국국적 동포 중에서도 만 65세 이상 영주 귀국동포, 미성년 당시 해외로 입양돼 국적을 상실했던 해외입양인, 우수 외국 인재와 특별공로자에 해당되는 외국 국적 동포만 복수국적이 허용된다.

[저작권 한국일보]특별귀화에 의한 국적취득현황.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특별귀화에 의한 국적취득현황. 송정근 기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진 외국인 우수인재 특별귀화는 그러나 현재까지 실적이 매우 미미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1~2017년 한국인이 된 우수 인재는 총 119명으로 이 중 83명은 국적을 회복한 해외동포다. 순수 외국인 중 한국 국적을 취득한 우수 인재는 7년간 36명에 지나지 않는다. 체육분야가 21명으로 가장 많고, 과학 등 학술분야가 10명, 첨단기술과 문화ㆍ예술 분야는 0명이다. 평창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영입에 가장 큰 공을 들였던 체육분야 우수인재도 총 21명의 특별귀화자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2016년과 2017년 각각 6명씩 영입됐다.

전체 귀화자 중 베트남 출신이 중국 출신 제치고 가장 많아

귀화자 중 가장 비율이 높은 유형은 간이귀화로, 이중 결혼으로 인한 귀화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국적별로 보면 2005년에는 중국-필리핀-베트남 순이었으나, 2016년에는 베트남-중국-필리핀 순이었다.

특별귀화는 우수인재와 국가공로자가 소수에 불과함에도 외국 국적 소지자였던 부 또는 모의 한국 귀화로 자녀들까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수적으로 일반귀화를 훌쩍 앞선다. 국적별로는 중국 출신의 특별귀화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귀화자녀들의 특별귀화는 미성년 자녀가 부 또는 모의 귀화와 동시에 자동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하는 수반 취득과는 구별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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