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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금융경찰 ‘금융감독원’의 이유 있는 변신

입력
2016.11.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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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금융경찰로 통합니다. 금융회사들이 큰 덩치만 믿고 소비자에게 혹시라도 갑 행세를 하거나 고객이 맡긴 돈을 함부로 유용하지 못하도록 금융회사를 항상 감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금융권의 질서를 바로 잡는 금융경찰로서 그간 톡톡한 역할을 했지만 사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금융회사 감독이 주 업무이다 보니 일반 금융 소비자와는 다소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금감원 스스로 감독기관이란 프레임에 갇혀 그동안 금융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기자인 저조차도 금융권을 취재하는 부서로 출입처를 옮긴 뒤에야 금감원이 어떤 기관인지 정확히 알게 됐으니까요.

감독기관이라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던 금감원이 최근엔 상당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바로 금융 소비자를 앞세우는 일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처음엔 보여주기 식의 전시행정인가 싶어 마땅찮게 여기기도 했는데 이내 그런 생각들을 접었습니다. 요 몇 달 금감원 각 부서 직원들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금융꿀팁’ 아이디어를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서태종 수석부원장이 금감원 직원들이야 당연하게 생각하는 금융정보라도 일반 소비자에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런 알짜정보들을 모아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게 시작점이 됐습니다.

수 개월 동안 금감원 전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최종적으로 금융꿀팁 200선 리스트가 마련됐습니다. 금감원은 매주 한번씩 금융꿀팁 하나씩 보도자료로 배포하는데 언론들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단순히 개념을 나열하는 식의 정보가 아니라 ‘원금 보장을 원한다면 변액보험은 가입하지 마라’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실제로 팁이 될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내용인 만큼 해당 부서에서 자료를 1차적으로 생산하면 서 수석부원장이 직접 내용을 살펴보고 첨삭을 한 뒤에야 언론에 배포된다고 하네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금감원은 1사1교 정책을 처음으로 내놨습니다. 초·중·고등학교와 인근 금융사와 자매결연을 맺어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처음엔 누가 참여할까 반신반의하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가 어떤 정보를 찾으려고 여러 홈페이지를 전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감원이 모든 금융정보를 한 곳에 모은 ‘파인’이란 포털서비스도 반응이 좋습니다. 그동안 이런 홈페이지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금감원의 이런 모습은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게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금감원 내에서도 처음부터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하네요. 금융사 감독만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데 굳이 이런 식으로까지 일을 벌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잇따른 겁니다. 하지만 요즘엔 금감원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고 합니다. 금융소비자에 외면받으면 결국 기관 존재감도 미미해져 정책의 추진 동력을 얻기 쉽지 않고 정책담당 부처인 금융위원회에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이유가 뭐가 됐든 이런 변화는 상당히 의미 있어 보입니다. 금감원은 민간 금융사들이 내는 검사료를 받아 운영하는 준공공기관인데요. 국민 세금으로 돌아가는 정부 부처들도 이런 식의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기도 할 거 같습니다. 국민은 차치하고 한 사람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부처도 있었으니까요. 금감원의 이 같은 변신이 정부 부처 사이에서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지속됐음 하는 바람입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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