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훈춘, 고속철 품고 교역 관광 중심지로 용틀임

알림

훈춘, 고속철 품고 교역 관광 중심지로 용틀임

입력
2015.11.10 20:00
0 0

시내 중심 신안로 한밤까지 불야성

국제터미널 부근 대형쇼핑몰 건설

훈춘-연해주-나진 연결 관광지로

무비자 국제 관광 계획까지 구상

동해 진출 中북ㆍ남방 연결 프로젝트

나진항 개발 촉진되면 부산도 영향

지난달 24일 러시아 접경인 중국 지린성 훈춘 세관을 통과한 러시아 관광객들이 훈춘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24일 러시아 접경인 중국 지린성 훈춘 세관을 통과한 러시아 관광객들이 훈춘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25일 찾은 중국 변방도시는 요란하고 화려했다. 중국, 러시아어에 영어까지 추가된 다국적 간판이 불야성을 이루었다. 지린(吉林)성 옌볜조선족자치주에 위치한 도시답게 진주곰탕 전주비빔밥 등 한글 간판도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시내중심 도로로 개통된 신안(新安)로는 늦은 밤인데도 차량으로 북적댔고, 백화점과 호텔에는 양손에 쇼핑백을 든 러시아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국제도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곳은 중국 러시아 북한 3국의 접경지인 훈춘(琿春).

지난달 25일 밤 도로를 따라 늘어선 광고간판으로 중국 훈춘시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북중러 접경도시인 훈춘시에서는 중국어, 영어, 한글 등이 포함된 다국적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25일 밤 도로를 따라 늘어선 광고간판으로 중국 훈춘시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북중러 접경도시인 훈춘시에서는 중국어, 영어, 한글 등이 포함된 다국적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쇼핑몰 호텔 건축 한창

훈춘은 꼬리를 뜻하는 만주어를 한자화한 지명이다. 동해를 향해 얇고 길게 뻗은 땅 모양이 동물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붙여졌다. 꼬리 맨 끝은 팡촨(防川)이란 곳으로 동해를 10㎞ 앞두고 러시아와 북한에 막혀 있다. 이러한 전략적,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훈춘은 동쪽 변방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최근 동북아 물류와 교역, 관광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낮은 더 역동적이다. 러시아 양식으로 지어진 국제버스터미널에서는 북한과 러시아로 통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매일 두 차례 북한 나진ㆍ선봉까지 운행되는 버스는 물론 러시아 연해주의 크라스키노 슬라뱐카 우수리스크행도 있다. 터미널 부근에는 고급주택단지와 쇼핑몰을 짓는 건설장비들의 굉음으로 일요일인데도 귀가 멍멍했다. 공사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황무지나 논밭뿐이라 거래가격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지금 이 곳에 건설되는 아파트는 3.3㎡당 1만1,000위안(한화 200만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훈춘 신시가지에서는 전세계 잡화류의 30%를 공급하는 중국 이우그룹이 짓고 있는 초대형 쇼핑몰 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닥 면적만 15만㎡이다. 중국 전문가인 이창주 푸단대 박사는 “러시아는 경공업 제품 수요가 많아 훈춘을 찾을 것이고, 북한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한 제품을 훈춘에서 유통하고 싶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훈춘시의 랜드마크로 부상할 이우쇼핑몰 건설현장 모습. 인근에는 대기업과 아파트 단지, 5성급호텔, 국제유치원, 스트리트상가 등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국 훈춘시의 랜드마크로 부상할 이우쇼핑몰 건설현장 모습. 인근에는 대기업과 아파트 단지, 5성급호텔, 국제유치원, 스트리트상가 등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고속철 개통으로 날개 달아

‘중국 동북출해의 새 통로’ ‘지린성 개발개방의 거점도시’ 훈춘역 입구에 걸린 시 홍보 간판은 이 국경도시의 역동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9월20일 고속철도 개통으로 날개를 달았다. 고속철도 역 부근에는 토지 구획정리가 끝나 시청, 공안국, 주택단지, 쇼핑센터, 운동장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었다. 10월 초 국경절 때는 중국 내륙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숙박시설이 동이 나자 병원 병상과 개인 집까지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집값 폭등 등 고속 성장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의 동해진출 등 개발 전략이 확고하다는 뜻이다. 훈춘시 관계자는 “현재 인구는 25만 수준이지만 러시아 사람들까지 받아들여 60만 국제도시를 염두에 두고 인프라를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9월20일 개통한 고속철도 훈춘역 전경. 중국의 변방인 훈춘까지 고속철도가 운행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9월20일 개통한 고속철도 훈춘역 전경. 중국의 변방인 훈춘까지 고속철도가 운행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최근에는 국경도시 이점을 살려 무비자 국제관광계획까지 구상하고 있다. 훈춘-연해주-나진을 연결하는 삼각지대를 국제관광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첫 단계로 팡촨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3개국 관광객이 즐길 수 있도록 민속마을, 리조트, 연꽃호수를 조성하고 유람선 및 해로 진입로 투어, 크루즈 상품개발, 휴양림 면세점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 현지 언론은 “관광객들이 통행증만으로 자유롭게 방문 가능하며 구입상품에 대해 면세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어, 한글, 영어, 러시아어가 병기된 훈춘 시내 상점 간판들이 국제도시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국어, 한글, 영어, 러시아어가 병기된 훈춘 시내 상점 간판들이 국제도시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동해 진출의 교두보로 전폭적 지원

동북아 3국 국경, 나아가 동해와 접해 있는 훈춘의 급성장과 개발전략이 향후 동북아 경제 흐름에 미칠 파급 효과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2012년 4월 시작된 훈춘국제합작시범구 조성사업은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국가급 프로젝트다. 지린성도 훈춘을 국제무역도시 및 지린성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기 위해 행정권한 256가지를 대폭 이양한다고 발표할 정도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동해 진출의 후발주자지만 주변 항구도시와 연계해 동해의 중심도시로 자리잡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훈춘 국제물류단지에서는 나진으로 가는 길목인 취안허 세관까지 20㎞, 러시아로 가는 관문인 훈춘세관(구 장영자세관)까지는 불과 7㎞ 떨어져 있다. 중국이 동해를 통해 북방과 남방을 연결하려고 시도할 경우 자연스럽게 나진항 개발이 촉진되고, 환적항으로서 부산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져 훈춘 개발은 남북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박종상 선양총영사관 연구원은 “동북3성의 중심항만이었던 랴오닝성 다롄과 잉커우 항만이 물동량 과다로 화물적체가 심각해 신항로 개척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국 입장에서 훈춘은 러시아와 북한과의 접경무역 거점 및 동해진출 교두보로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훈춘=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심층 기획 ‘개발 열풍, 북ㆍ중ㆍ러 접경을 가다’

<1>천지개벽하는 압록ㆍ두만강변

<2>100년 만의 부활 꿈꾸는 연해주

<3>대륙의 꼬리가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4>긴장과 기대 교차하는 두만강

<5>열리지 않은 개방다리, 신압록강대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