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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한국은 유행의 나라

입력
2016.08.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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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예술의 나라라고 하듯이 한국은 유행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행을 따라 가는 습관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마 경제가 급속히 발전된 1970~80년대부터 그랬을 것이다. 그때부터 유행이 자주 바뀌어 가면서 일상생활화 됐다는 것이 틀리지 않는 말일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내가 70년대 말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던 당시 여성에게 있어서 두 가지 큰 유행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추 머리’와 에어로빅이었다. 어느 날 재래시장에 나가보니 갑자기 시장 아주머니들이 모두 같은 파마머리를 하고 있었다. 모든 아주머니의 머리모양이 둥글둥글 양처럼 보여 갑자기 이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머리카락 길이나 둥글둥글하게 말린 곱슬머리 모양이 모두 다 비슷해서 마치 그들이 똑같은 미용실에 다녀온 것 같았다. 프랑스였다면 사람에 따라 머리 길이도 조금씩 다르고 파마의 강도도 조금씩 달랐을 것이다. 프랑스는 유행이 생겨도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빠르게 따라가는 일이 거의 없다. 때문에 하루 아침에 유행 따라 세상이 변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프랑스인들은 워낙 개성이 강해서 쉽게 남들을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스포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운동이 클럽에 등장하더라도 일반화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자기 성격과 잘 맞는지 확인한 뒤 경제적인 수준 내지는 자기의 이념에도 맞아야 새로 유행하는 운동을 시작해보기로 결정한다. 친구나 이웃이 좋다고 해서 해보는 사람도 있지만 비교적 적은 편이다. 특히 미디어에 광고가 나오면 일단 의심을 한 뒤 잘 알아본 다음에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좋다면서 해보라고 하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먼저 해보는 것이 한국식인 것 같다. 그런 식으로 한국에서 한때 에어로빅이 유행했고 요즘은 요가, 필라테스, 걷기 운동이 유행이다.

건강에도 좋고 남이 하는 거면 나도 해봐야겠다는 게 기본적인 한국인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반면에 프랑스인은 남이 하는 일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다르게 하는 것이 차라리 최고라고 여긴다.

스포츠 유행에 대해 좀더 이야기하자면 프로 골프 선수 박세리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박세리가 성공한 후 한국 여자 프로 골프가 급속히 발전했다. 최근에 에비앙 마스터스에선 상위 10위 안에 한국 여자 선수가 대부분이어서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주최 측이 걱정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반대로 테니스는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훌륭한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포츠 종목 간의 인기 경쟁에서 테니스 분야는 당분간 벗어나 있을 듯하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한국사람들은 나라가 잘 살게 된 후부터 운동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졌다. 식사를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지 신문, 잡지, 책, TV방송을 통해 평생 배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비타민C를 공급하는 아사이베리를 꼭 섭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슈퍼마켓에서 아사이베리가 불티나게 팔린다. 견과류가 노화를 방지한다는 홍보가 나오면 바로 사먹어 보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게 소문이 퍼지면 견과류를 먹는 게 쉽게 유행이 돼버린다.

교육열에 있어서도 한국은 당연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옛날 학자들과 선비들은 중국과 인도에 철학이나 문학, 과학 등을 공부하러 갔다. 일제시대 때는 일본으로 많이 건너 갔다. 20세기 후반부터는 미국이나 캐나다로 유학을 많이 가기 시작했는데 이후 서유럽을 거쳐 오늘날엔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다녀오는 유학생들이 많아졌다. 서양사람들이 신기해 하면서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기러기 아빠’가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그것도 한 종류의 유행으로 볼 수 있다.

패션이나 성형수술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에서 성행하는 사업이다. 앞으로 문화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유행을 따라가는 한국인의 일상은 계속될 것 같다.

마틴 프로스트 전 파리7대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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