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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라” 외치던 고창석 교사…빈소에 위로의 발길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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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라” 외치던 고창석 교사…빈소에 위로의 발길 이어져

입력
2017.11.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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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고창석 교사의 빈소가 마련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고 교사의 영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단원고 고창석 교사의 빈소가 마련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고 교사의 영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보고 싶었어요”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어머니 송경옥(65)씨가 건넨 말에 고 고창석 단원고 교사의 아내 민동임(38)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마지막까지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며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였던 두 선생님의 유가족이 한 자리에 만난 것. 뒤늦게 자녀의 순직을 인정 받은 고 김초원ㆍ이지혜 교사의 아버지들, 두 달 전 이별식을 치른 허다윤ㆍ조은화양 어머니들도 빈소를 찾아 서로의 아픔을 위로했다. 짧은 머리카락이 고슴도치를 닮아 ‘또치쌤’이라 불렸던 고 교사는 5월 및 8월 두 차례에 걸쳐 유해 일부가 수습돼 3년 7개월 만에 유가족들의 배웅을 받게 됐다.

끝까지 학생을 구조하다 목숨을 잃은 고 교사의 장례식이 시작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고 교사를 추모하는 각계각층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진수 안산시 부시장이 빈소를 찾았고, 단원중 교사 30여명도 함께 방문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장례식장은 동료 교사와 제자, 일반 시민 등 추모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가족들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아픔을 안다고 말한다. 빈소를 나온 송씨는 “3년 넘게 기다린데다 온전하게 수습하지도 못했으니 가족들의 가슴이 얼마나 미어지겠냐”며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힘들었을지 알아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학생들이 우리 아들의 반 제자들이라, 아들도 하늘에서 마음 아파하고 있을 것”이라던 송씨는 “아들이 너무 많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조문객들은 “지금에라도 장례를 치르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남은 미수습자 유해의 조속한 수습을 기원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단원고 남현철ㆍ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ㆍ혁규군 부자 5명이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광장에서 외치면서도 실제로 인양될 줄 몰랐다”는 성북구 시민 김미숙(53)씨는 “미수습자 다섯 분도 하루 빨리 돌아 와서 유가족 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길 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교사와 제자가 함께 만나야 하지 않겠냐”며 미수습된 학생들의 조속한 귀환을 바랐다.

참사 직후 제자들을 구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고 교사는, 대학생 때 바다에서 인명구조를 배울 정도로 남을 구하는 일에 관심이 깊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며 “배에서 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이날 빈소를 찾은 고 교사의 한 제자도 “학생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으셨다는 보도를 접하고 ‘선생님 답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고 교사는 직무수행 중 순직한 것으로 인정받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13일까지 장례식을 치른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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