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창조론 증명” 주장 학회
신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후보자인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창조과학회가 어떤 곳인지 또 박 후보자 같은 과학계 인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창조과학회 활동을 하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과학계와 종교계 등에 따르면 한국창조과학회(학회) 회원 수는 3만 명에 달한다. 이중 회비를 내고 학술대회 등 오프라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정회원 수는 1,000여명이다. 900만명이 넘는 국내 기독교인 수를 고려하면 교단 내에서도 위세를 크게 떨치지 못하는 소규모 모임인 셈이다.
창조과학회는 기본적으로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초해 ‘기독교 창조론 세계관’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회다.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도 “진화론만 가르치고 있는 공교육기관에서도 창조론을 가르치도록 하는 창조과학관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계 일각에서는 창조과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과학자들을 유사 또는 사이비 과학자라고 비판한다. 객관적 검증이 생명인 과학의 영역에 검증이 불가능한 종교 영역의 세계관을 연결하려고 한 것부터가 학자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종교계 내에서도 기독교 근본주의 계열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파가 창조과학이 기독교 근본주의에 치우친 나머지 폐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창조과학회 폐쇄성 때문에 소속 학자였다가 학문적 논쟁으로 학회를 떠난 일도 있었다. 학회 창립멤버인 양승훈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 교수는 창조과학회가 신봉하는 ‘젊은 지구론’을 부정했다가 학회에서 제명당했다. 젊은지구론은 구약성서 등에 기초해 지구나이가 6,000년에 불과하다고 보는 이론으로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 나이 45억년과 큰 차이가 있다.
이처럼 창조과학회가 학계와 종교계 내에서 크게 위세를 떨치고 있지는 못하지만 박 후보자를 비롯해 학계에서 신망을 얻고 있는 학자 중 창조과학회 활동을 하는 학자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과학회 초대 회장인 김영길 박사는 재료공학자로서 한동대학교 초대 총장을 지냈다. 또 올해 1월 학회 회장에 취임한 한윤봉 교수도 전북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다.
종교의 자유가 허락된 나라에서 학자 개인의 창조과학회 활동은 그 동안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 후보자 사례처럼 장관 등 공직에 나설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박 후보자는 창조과학회 활동 이력에 대한 논란이 일자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창조과학회 이사직을 전격 사퇴했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창조과학자로 분류되는 한 학자와 공동으로 저서를 발간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유 장관은 당시 국회 청문회에서 "창조과학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논란을 피해갔다.
종교 문제가 공직자 선발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청와대도 “신앙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라며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활동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공교육에서 창조론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회 관련자가 공직에 나서는 게 옳은지에 대해선 찬반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과학이나 교육 관련 정책을 다루는 장관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중소기업벤처부 업무와 창조과학은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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